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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찜질방이 부산서 출발한 이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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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18면

비행산수 시즌2 ② 부산 : 태종대에서 해운대까지

부산 : 태종대에서 해운대까지

부산 : 태종대에서 해운대까지

부산역에서 87번 버스에 탄다. 어느 순간 버스는 좁고 위태로운 길을 헉헉대며 오른다. 산복도로다. 6.25때 피란민들이 산 중턱을 층층이 깎아 만든 동네를 구불구불 잇는 길이다.

부산의 역사는 그대로 한국근현대사다. 개항·전쟁·산업화시대를 거치며 한적한 어촌이 국제도시가 됐다. 변두리이던 해운대는 빌딩 숲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오래되고 새롭고, 익숙하고 낯선 풍경들이 어우러진다.

류승훈 부산시 학예연구사는 말한다. “부산은 넓습니다. 땅과 바다가 넓다는 게 아니고, 역사적 품이 장대하고 문화적 너비가 광대하다는 뜻입니다. 해양과 대륙문화가 교류하고 충돌해온 현장이 부산입니다.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바깥 문화에 관대하지요.”

부산에 대한민국 1호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일 테다. 가라오케·노래방·찜질방·이태리타월이 부산에서 출발했다. 제1호 해수욕장 송도는 1913년에 문을 열었다. 96년엔 버스·지하철 공용 선불교통카드가 전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일본에서 들여온 고구마를 처음 심은 땅이 영도다. 나훈아 ·현철· 설운도 같은 트로트 스타들 고향이 여기다. 평양에 가서 ‘라구요’를 부른 강산에는 피란민 2세로 거제에서 나 부산서 자랐다.

그림 오른쪽 아래, 영도 끄트머리가 태종대다. 통통배 돌아나가는 섬이 오륙도, 그 위가 동백섬이다. 그런데 비행기 꽁무니에 앉은 갈매기 저놈, 허~참.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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