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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상대는 꼭 하나야만 할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8호 32면

책 속으로 

폴리아모리

폴리아모리

폴리아모리
후카미 기쿠에 지음
곽규환·진효아 옮김
해피북미디어

폴리아모리? 부제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곁들이면 책 제목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모노가미(일부일처제), 폴리가미(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를 떠올렸다면 일단 엇비슷한 수순. 나만 모르고 있었네, 라고 탄식이 나올 만큼 실은 진작에, 익히 소개된 새로운 사랑 개념이다. 복수 접두사 ‘poly’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명사 ‘amor’를 결합한 조어라고 책은 설명한다. 동시에 여러 명의 파트너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 그런 바탕 위에 두 명 이상의 성적 파트너를 두는 행위를 뜻한단다. 지난해 국내 필자들이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라는 책을 출간해 공식 신고식을 치렀다. 2006년 박현욱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그린 한 명의 아내와 두 명의 남편,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2002년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에 나오는 한 여자 두 남자의 비정상적인 삼각관계가 실은 폴리아모리의 사례다.


책은 일본인 저자가 특유의 꼼꼼함으로 작성한 미국의 폴리아모리 현장 취재기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폴리아모리스트 사회에 깊숙이 진입해 그들의 은밀한 영역을 들춘다. 성적 결합에 치중하는 자유 연애와 폴리아모리는 어떻게 다른지, 왜 하게 됐는지, 관심 있으면 어디서 폴리아모리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지, 한 사람에게 매이기 싫어 여러 사람을 만나는 건데 과연 행복하기만 한지(가령 두 번째 남편이나 세 번째 애인에게 질투는 안 느끼는지). 이런 궁금증들과 씨름한다.

책에 따르면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사랑이 삶을 충실하게 해주며 인생의 많은 것을 사랑에서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좋은 사랑을 반드시 한 사람하고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배우자에게 거짓말하기도 싫다. 그래서 ‘비독점 다자연애’를 선택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폴리아모리는 무결점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반복이 싫어 인습 너머로 뛰쳐나간 모험가들의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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