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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먹고 버틴 ‘보라색 천’ 여대생은 왜 집을 나갔을까

중앙일보

입력

[사진 KNN 페이스북]

[사진 KNN 페이스북]

맨발에 보라색 천을 쓰고 집을 나간 후 실종됐던 부산 여대생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이불보를 뒤집어쓰고 나간 점, 평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는 주변 진술, 실종 이후의 비정상적 행적으로 미루어 김씨가 우발적으로 집을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밤 김모(22·여)씨는 부산 금정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집을 나왔다. 김씨는 “운동하겠다”며 계단으로 내려갔고, 어머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그러나 김씨는 계단에 휴대전화를 놔둔 채 사라졌다. 당시 맨발에 보라색 천을 쓴 채였다.

28일 오전 0시 38분 가족들은 부산 금정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김씨 동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언니 사진을 올린 뒤 “옷차림이 수상쩍긴 하지만 언니를 보면 꼭 연락해달라”고 했다.

김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 인근이었다. CCTV 분석 결과 실종 당일 김씨는 시내버스를 탄 후 3분 만에 버스에서 내린 뒤 어디론가 떠났다.

29일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시민 도움을 요청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무렵 경찰은 금정산 암자에 기거하던 비구니로부터 “암자 주방에 어떤 아가씨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구니는 “배고프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해 일단 밥부터 줬다. 행색이 맨발에 옷도 변변치 않아 차비는 있냐고 했더니 없다고 하더라”며 “털신을 신기고, 가지고 있던 지폐 몇장을 쥐여줬다”고 말했다.

금정산에서 김씨를 봤다는 또 다른 제보도 나왔다. 김씨를 금정산 등산로에서 봤다는 시민은 “김씨가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중얼거렸다”고 전했다.

부산 경찰·소방인력 500명, 수색견 15마리가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부산 신라대 드론동아리는 6대 드론에 열감지센서를 부착해 수사를 도왔다.

그러나 지난 3일 결국 김씨를 발견한 건 금정산 일대를 손바닥 보듯 하던 김씨의 먼 친척이었다. 그는 인적이 드문 계곡 길을 뒤졌고, 김씨는 계곡 바위 아래에서 피골이 상접해 무릎을 양손으로 끌어모은 채로 앉아 있었다.

김씨는 “진달래하고 새가 먹는 빨간 열매, 계곡물을 마셨다”며 “사람들을 일부러 피해 다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현재 폐 기능에 다소 무리가 와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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