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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살인보다 높은 형량 받은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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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세윤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세윤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이는 공범인 최순실씨에게 내려진 것보다 4년 많은 형량이며 살인의 기본 형량보다도 높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2월 형사22부는 최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은 최대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대치라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권고되는 ‘보통 동기 살인’의 기본 형량인 징역 10~16년보다 높다. 징역 23년인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의 최하 형량(기본)보다도 1년 많다.

이렇게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살인죄와 가깝게 선고된 건 고위 공무원이 저지른 뇌물수수 범죄는 특히 엄격하게 처벌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받은 뇌물은 일반인인 최씨의 뇌물보다 더욱 죄질이 나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날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액은 230억원이 넘는다. 법원은 이런 양형 기준과 막대한 뇌물액,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2017년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2017년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또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가장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 의한 파면 사태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 재판에 출석한 최씨와 달리 지난해 10월 이후 재판을 보이콧하며 사법 절차를 무시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수백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포함해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해명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사법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중형 선고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그는 현재 나이 만 66세에서 24년 후인 만 90세까지 수형 생활을 해야 한다. 이 재판과는 별도로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및 공천 개입 혐의 사건으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어 이보다 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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