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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순간 朴 만나고 온 유영하 "노태우 비교해 터무니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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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수
조강수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선고가 진행되던 6일 오후, 박근혜(66)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가지 않고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에 머물렀다.

선고가 시작된 이후 이곳으로 면회온 유영하(56·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를 2시간 가량 만났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변호인단이 총사임하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의 구치소 접견을 전담하고, 법정에서도 항상 바로 옆자리에 앉아 보좌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변호사로 통한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헤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헤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면담을 마치고 나온 유 변호사는 "면회 도중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이라는 선고 결과가 나왔고, 교도관이 이 내용을 박 전 대통령에게 알려줬다. 선고 결과를 전해 듣고 특별한 반응 없이 담담한 기색이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어차피 미리 결론 내려놓고 가는 재판인데 특별한 말씀은 안 하셔도 이런 정도 결과는 미리 짐작하시지 않았겠나 싶다. 마음의 준비가 있으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선 따로 입장자료를 냈다. 유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미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안종범·조원동 등에게 유죄판결을 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유죄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면서도 "최씨와의 공모관계는 피상적인 몇 개의 사실을 나열해 공모를 인정했고, 삼성에 대한 뇌물수수 부분은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 확장해석이다"고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형량에 대해서도 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너무나 터무니없다"면서 "이번 판결은 시류에 영합한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의 현 변호인들은 우선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불출석하자 지난해 11월 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인 5명을 배정했다. 이날 법정에 나와 박 전 대통령 없는 피고인석에서 선고를 들었던 조현권(62·사법연수원 15기) 국선전담변호사는 "우리는 자동적·의무적으로 항소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 아니면 변호인은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다"면서 "서신 등을 통해 항소한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선고까지 단 한 차례도 국선변호인들의 접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항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들과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항소장은 선고가 내려진 6일부터 일주일 안에 내야 한다. 변호인들이 항소장을 접수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원치 않으면 직접 항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 유영하 변호사는 "항소 여부 같은 문제는 이날 전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면서 "다음 주에 항소 문제를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항의의 표시 차원에서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를 포기하면 징역 24년형이라는 중형이 그대로 확정된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자필 의견서를 재판부에 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항소심 단계부터는 적극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구속기간이 연장된 후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이라고 말한 뒤 재판 출석은 물론 법원이 정해준 국선전담변호인들과의 만남을 모두 거부했다. 법원과의 소통을 거부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23일에는 별도로 재판이 시작된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소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의견서를 국선변호인을 통해 냈다. "상납을 지시한 적 없고 액수나 사용처도 모른다""관행적으로 써왔다는 보고를 받아 법적 문제가 없다면 쓰라고 지시했다"는 등 내용이 구체적이었다. 또 이날 선고와 관련해 사흘 전 재판부가 생중계 결정을 하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서를 직접 써 보내고, 이를 제한해달라는 내용에 가처분신청서에 지장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유취만년'이란 입장을 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유취만년'이란 입장을 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최순실씨의 변호인인 이경재(69·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대해 '유취만년(遺臭萬年·더러운 냄새가 만 년까지 남겨진다)'이라고 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면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구속·중형까지 감수하고 최씨나 딸 정유라씨를 위해 뇌물을 받을 동기가 있었는지 고민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 변호사는 또 "TV 생중계는 오로지 재판장의 이익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