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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너무해" "죄에 비해 적어"...박근혜 선고에 엇갈린 시민 반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일인 6일 시민의 눈과 귀는 서울중앙지법 협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417호 대법정의 생중계 화면에 쏠렸다. 1심 선고가 생중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2시10분쯤 TV와 라디오를 통해 선고공판이 흘러나오자 택시기사 윤무근(73)씨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다. 법원의 결정을 듣기 위해서다. 윤씨는 생중계에 대해 "(법정) 안에서 국민 모르게 판결하는 것보다 국민이 이 사건에 대해 다 알고 있는 만큼 생중계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역 대기실 내부 기둥에 설치된 대형 TV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법정 생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스크린을 지켜보는 시민의 눈은 김 부장판사의 입과 TV 자막에 고정됐다.

선고공판 생중계를 지켜보던 신범수(67년생)씨도 "저런 판결을 생중계해주는 것을 보니 나라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비공개로 판결이 진행돼 국민은 믿을 수가 없었는데, 투명해진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이날 오전 법원에 팩스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서도 신씨는 "일국의 대통령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중계가 한창인 서울역 대기실 TV 바로 앞에는 바닥에 앉아 소주를 꺼내 마시는 이들도 있었다. 의자 맨 앞자리에 앉은 한 노인은 TV를 보다가 때때로 주먹을 위로 치켜들기도 했다. 그는 생중계를 지켜보는 내내 주먹을 꼭 쥐고 TV 화면에 눈길을 고정했다.

중계를 보기 위해 서울역에 들렀다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또 다른 시민은 "박 전 대통령은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고 한다. 이어서 이 시민은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가 빈손에서 나라를 일으켜 먹고 살게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망신을 줬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임정민(21·여)씨는 대전으로 내려가는 오후 3시 기차를 기다리며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했다. 임씨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 국민도 판결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과정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을 배신한 데 따른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례(78·여)씨는 울산으로 향하는 3시45분 기차를 기다리다가 대기실 TV 앞에 앉아 생중계를 지켜봤다. 그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TV 화면 밑으로 지나가는 자막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씨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게 된 것 같아 너무 불쌍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원에서 공개로 방송한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부터 생중계를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너무 실망했다. 국민도 볼 자격이 있는데 나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52분쯤 박 전 대통량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다. 김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술렁였다. 한 남성은 TV 앞으로 뛰쳐나가 "내가 대표로 소송을 건 인물"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선 채로 TV를 보던 조문구(76)씨는 형량에 대해 "너무 무거운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당한 것 같은데 24년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통령도 벌을 받기는 받아야 하겠지만 당한 사람에게 너무한 판결"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형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큰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던 최경인(20·여)씨는 "지금까지 국민에 끼친 피해와 비교해 24년형은 너무 짧은 형량 같다"고 말했다.

오원석·김정연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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