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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부터 1심 선고까지…박근혜 전 대통령의 1년 5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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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6일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내려지면 JTBC의 이른바 ‘태블릿PC’ 보도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 역시 약 1년 5개월 만에 첫 매듭을 짓게 된다.

'태블릿 보도' 이후 실체 드러나 #대기업에 기부금 강요 등 각종 전횡 #박영수 특검팀, 기소자만 30명 #김기춘ㆍ조윤선은 이미 항소심 끝나

2016년 10월 서울 신사동 더블루K 사무실에서 발견됐다는 태블릿 PC는 이후 미디어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낸 ‘스모킹건’으로 불렸다. 태블릿PC에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 어젠다가 담긴 ‘독일 드레스덴 선언’을 비롯해 대통령 연설문 총 44개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JTBC는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했다. [사진 JTBC]

2016년 10월 JTBC는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했다. [사진 JTBC]

민간인 신분인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ㆍ첨삭했다는 정황이 발견되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여론은 크게 나빠졌다. 소문으로 돌던 '비선실세'의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씨가 정부 고위직 인선에 개입하고, 청와대 역시 최씨의 요청대로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에 기부금 출연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자 성난 민심에는 불이 붙었다.

대국민 1차 담화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는 과거 인연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비선 실세는 없다”며 완고하게 부인했던 모습과 정반대였다. 처음 2만명에 불과했던 촛불집회 참여 인원은 약 한 달 만에 200만명으로 늘어났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도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인 4%대로 떨어졌다.

비선실세, 블랙리스트, 기부금 강요…각종 전횡 드러나

태블릿PC 보도 사흘 뒤인 2016년 10월 27일 검찰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당시 부장 한웅재)에서 참고인 조사 등에 치중했던 검찰은 특수1부와 첨단범죄수사1ㆍ2부 등 총 31명의 검사를 투입시키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특히 딸이 있던 독일로 도피했던 최씨가 귀국해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에 물꼬가 트였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도 구속됐다. 다만 청와대가 ‘수사 공정성’을 이유로 검찰 수사를 거부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를 정치적으로 풀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지명했으나 국회 인준 과정에서 김 교수 스스로 후보자 자리를 내놨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무성ㆍ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고,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찬성 234표 대 반대 56표로 압도적인 차이였다.

야당인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탄핵안 가결 이후 12일 뒤인 12월 21일 공식 수사기간(90일)에 돌입했다. 특검팀 출범 직후 국민연금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해 사흘 만에 구속했다. 이듬해 1월에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비롯해 총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좌파 성향 문화ㆍ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역시 박영수 특검팀의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 특검팀은 ‘정권 실세’로 불렸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5명을 구속했다. 또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두 명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해 3월 6일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이규철·박충근 특검보, 박 특검, 이용복·양재식 특검보,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중앙포토]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해 3월 6일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이규철·박충근 특검보, 박 특검, 이용복·양재식 특검보,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중앙포토]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ㆍ학사비리 수사에선 뚜렷한 성과물을 냈다. 특검팀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 5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모두 구속했다. 박영수 특검팀이 총 기소 대상자 수는 30명에 이르렀다. 최근 10년간 특검 수사에서 20명 이상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 거부, 구속연장 등으로 1년 흘러  

직무정지 상태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관에서 만장일치 의견으로 파면됐다.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게 됐고, 탄핵된 지 21일 만에 구속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은 롯데ㆍSK 등 대기업에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납부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삼성에 승마지원금 등을 요구했다는 혐의(뇌물수수) 등 총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노태우ㆍ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사상 3번째로 수의를 입은 전직 대통령이 됐다.

구속수감 직후부터 1심 선고까지 1년 넘는 기간 여러 차례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했고 그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면서 국선 변호인단이 대체 선임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차례 구속 연장이 된 이후 재판 출석을 거부한 채 1심 선고를 맞게 됐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차례 구속 연장이 된 이후 재판 출석을 거부한 채 1심 선고를 맞게 됐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이 장기화되는 사이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기소됐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 대해선 항소심 판결까지 내려졌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실장은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추가 인정되면서 징역 4년으로 더 무거운 형량을 받았다. 1심 판결 직후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조 전 수석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조 전 수석과 달리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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