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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변호인' 유영하 "정치재판 잔인...반드시 돌려받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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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은 6일 1심 판결이 나기까지 ‘재판 보이콧’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16일 자신의 구속 기간이 연장 결정된 이후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서다. 이 날을 기점으로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도 전부 사임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세상과 닿을 수 있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끈이었고, 사실상 마지막 남은 ‘친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변호사는 지난 1월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경위야 어찌됐든 최순실씨 사건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준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탄핵으로 이미 정치적 책임을 진 사람을 다시 숨통까지 끊어놓겠다는 건 너무 잔인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대변인 격인 유 변호사가 언론 인터뷰를 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최씨에게 속은 것을 뒤늦게 알고 크게 후회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ㆍ경찰ㆍ민정수석 등으로부터 최씨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왜 아무도 최씨에 대해 보고가 없었는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군포시에서 열린 거리유세에 동행한 유영하 변호사.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군포시에서 열린 거리유세에 동행한 유영하 변호사.

또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최씨가 자신에게 한 번도 삼성으로부터 말 등을 지원받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본인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정유라씨나 최씨를 지원해달라고 한 적이 없으며,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재단을 만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세 가지 입장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당시 인터뷰의 주요 일문일답.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건 언제쯤인가.
2016년 9월께 ‘비덱’ 문제가 터졌을 때 박 전 대통령이 독일에 있던 최순실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대뜸 최순실이 ‘비덱이 뭐예요’라며 잡아뗐다고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한때 언론에서 없는 일을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에 삼성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을 스크린해 달라고 한 건 뭔가.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반짝 하는 건 있다’고 하더라. 대선 때도 용어 선택할 때도 톡톡 튀는 말을 잘 찾아냈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정 전 비서관이 물어 보려고 했던 것 같다.
만에 하나 최씨 국정농단을 몰랐더라도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있는거 아닌가. 박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실망했기 때문에 탄핵까지 간 거 아닌가.
인정한다. 그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 스스로 과거 대국민 담화에서 모든 게 자기 책임이고 불찰이라고 밝혔고 국민들에게 큰 상처 드린 점에 대해 사죄했다. 지금도 그 부분은 똑같은 심경이다. 최순실 문제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탄핵까지 당했다. 하지만 법적 책임은 다르다. 철저히 법리적 팩트만 가려서 재판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미 결론 내려놓고 요식절차만 밟는 정치재판이다. 왜 이렇게 잔인하냐(어조가 높아지며). 이미 정치적으로 죽은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느냐. 그러면 반드시 되돌려받게 돼 있다.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도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중앙포토]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도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가 전직 대통령 답지 않은 처신이란 지적이 있다.
나는 법원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서 팩트에 입각한 판결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시간 끌 필요 없이 빨리 재판하자고 해서 주4회 재판도 받아준 거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걸 보고 모든 기대를 접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서 영장을 발부한다는데 이미 중요 관련자들 증언이 다 끝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증거를 인멸한다는 거냐. 왜 법원이 당당하게 불구속수사 원칙을 못 지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재판을 계속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보고 변호인단에게 통보를 한 것 같다.”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입장은 뭔가.
박 전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서를 받으셨느냐고 물어보니 ‘저한테 보고서를 냈다고 하면 제가 읽어봤을 거예요’라고 했다. 본인은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1급 공무원 바꿨다고 직권남용이라고 하면 앞으로 정권 바뀔 때마다 사표는 어떻게 받느냐. 또 대통령에게 보고한 건 모조리 대통령이 포괄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은 모든 범죄에 다 연루된다는 얘기다. 어느 정부인들 무사하겠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뉴스1]

수감 생활을 힘들어 하나.
매트리스에서 자는데 허리가 아파서 밤에 한두 시간마다 잠을 깬다고 한다. 통증이 가실 때까지 서 있다가 다시 잤다가 또 깨고 한단다. 내가 허리 때문에 구치소 측에 침대를 넣어 달라고 했는데 특혜라고 안 된단다. 병사(病舍)에 갈 수 없으니 대신 침대 좀 놔달라는 게 왜 특혜냐. 식사도 짠 음식이 많아 김치를 물로 씻어서 조금 먹는 정도라고 한다. 구치소 측에 물어보니 매번 3분의 1 정도밖에 못 드신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사람들을 안 만나는 이유는.
일반인 접견은 구치소 측에서 대화를 기록하기 때문에 편하게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변호인 접견실도 크게 말하면 밖에 다 들리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수시로 나보고 목소리 낮추라고 한다. 또 변호인에게야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옷 갈아입은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탄핵심판으로 가지 말고 차라리 자진 하야를 했으면 구속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자진하야를 했어도 결과는 지금과 똑같았다고 본다.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할 때 “나오시면 주문진에서 펄떡펄떡 뛰는 회를 모시겠습니다”고 희망적인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아휴 그런 날이 오겠어요”라며 씁쓸해했다고 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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