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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 김여정 방한 수행한 '김창선' 누구?…5일 실무회담엔 수석대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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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방한에 수행하는 김창선 전 서기실장. 붉은색 원 안의 인물이다.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방한에 수행하는 김창선 전 서기실장. 붉은색 원 안의 인물이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월 9~11일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한국에 특사로 보내면서 특별한 수행원을 붙여줬다. 김정은의 첫 서기실장이었던 김창선이다. 북한의 서기실장은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부속실장 또는 비서실장에 해당한다. 김창선은 김여정의 방한 기간 내내 ‘보장성원(지원인력)’ 자격으로 김여정이 가는 모든 곳에서 밀착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김창선이 5일 판문점 한국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실무회담엔 수석대표로 나와 회담을 주도했다.

5일 실무회담은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의 의전ㆍ경호ㆍ보도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김정은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북한 지도자로선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에서 회담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북측 수석대표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렸고, 김정은이 김창선을 수석대표로 낙점하면서 김창선은 김정은의 최측근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을 대표단에 포함시켰다. 김창선과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지난달 5~6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을 때도 얼굴을 마주했다. 남북 정상의 복심끼리 다시 만난 셈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9일 방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방문했을 때 김창선(붉은 원)이 수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9일 방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방문했을 때 김창선(붉은 원)이 수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창선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은 어디에서 나올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당시 김정은은 27세에 불과했다. 그에게 서기실장 김창선이라는 존재는 정권 초기 기틀을 잡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창선은 김정일 시대부터 대를 이어 정권에 충성했다. 김창선의 사망한 전처 유춘옥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와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유춘옥의 부모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료였던 유경수와 황순의 부부다.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경력을 정권의 정당성 토대로 선전하는 북한에서 김창선은 김정은의 눈에 들만한 거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김창선은 김정은의 지난달 25~28일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다.

김창선은 김여정과도 각별하다. 김창선의 서기실장 자리를 물려받은 인물이 김여정이었다. 김여정은 김창선 밑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서기실장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김창선은 대남 관계에서도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0년 김용순 당시 당 대남담당 비서가 특사 자격으로 방한했을 당시엔 ‘박성천’이라는 가명과 ‘노동당 중앙위 과장’이라는 직함을 써서 동행했다. 이날 실무회담에 김창선이 쓴 직함은 ‘국무위원회 부장’이다. 실제로 이런 직함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통일부는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이 실무회담에 나오기 위한 감투로 급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7일 정상회담 전까지 실무회담은 적어도 1차례 더 열릴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창선이 계속 ‘단장(수석대표)’ 감투를 쓰고 나올지를 100% 확신할 수는 없다”면서도 “김창선이 앞으로도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계속할 것은 확실해보인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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