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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위기청소년 재범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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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위기청소년 마음톡톡’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음악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위기청소년 마음톡톡’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음악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검찰과 학계·기업이 힘을 합친 예술치유 프로그램이 위기청소년들을 바른길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순천지청 마음톡톡 프로그램 호평 #연주·작곡 등 음악 치료 통해 교화 #수료생들 매년 12월 합동공연 열어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4일 ‘전남 동부지역 위기청소년 마음톡톡’ 프로그램을 개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마음톡톡은 음악치료를 통해 청소년들의 재범을 막는 예술치유 프로그램이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내면의 상처들을 ‘톡톡’ 터뜨리며 치유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검찰은 여수나 순천 등 전남 동부 지역의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기 위해 2016년부터 이화여대·GS칼텍스와 함께 사업을 추진했다. 대상은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이나 ‘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다. 3년째를 맞은 사업에는 첫해 119명과 지난해 126명이 참여해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했다.

‘위기청소년 마음톡톡’은 여수국가산단에 있는 GS칼텍스의 어린이·청소년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범행 청소년으로 확대했다. 학교 부적응과 따돌림을 겪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사회운동으로 진화한 것이다. 2013년 시작된 어린이·청소년 예술치유에는 지난해까지 1만2500여 명이 참여해 심적 고통을 덜어냈다.

올해 ‘위기청소년 마음톡톡’은 총 83명의 청소년이 상·하반기로 나눠 재범의 유혹을 막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운다. 매주 1회씩 15회 일정인 프로그램은 여수 망마산 자락의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예울마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순천시 문화건강센터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남동부지소 등에서도 악기 연주와 노래 등을 통한 예술치유가 이뤄진다.

전문 교수진이 진행하는 치유 과정은 국내 첫 ‘관·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음악치유 전문기관인 이화여대 대학원 음악치료학과 정현주 학과장과 윤주리 팀장 등 5명이 치료를 맡았다. 이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악기 연주와 작사·작곡 교육 등을 진행함으로써 재범의 유혹을 견디는 힘을 키워준다.

연말에 여수 ‘예울마루’에서 여는 마음톡톡 발표회는 프로그램을 수료한 성과를 보여주는 이벤트다. 예술치유 과정을 마친 청소년들이 매년 12월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합동공연을 연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25명이 7개 팀으로 나눠 자작곡을 부르거나 기타·드럼 등을 연주했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 범죄자가 될뻔했던 청소년들이 징벌이 아닌 치유를 통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윤주리 교수는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소년들의 ‘심리척도 검사’ 결과 자기개념이나 회복탄력성, 스트레스 대처방식 점수가 86~89점대에서 91~96점대로 개선됐다”며 “억눌리고 공격적인 감정은 해소되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심리적 지표”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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