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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충격요법 … ‘중국 시장 열어라’ 관세 겁준 뒤 협상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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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백악관에서 라트비아 대통령과 합동 회견 중에 기자 질문에 답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핵심 경제 참모들은 이날 대중 무역전쟁을 협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 백악관에서 라트비아 대통령과 합동 회견 중에 기자 질문에 답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핵심 경제 참모들은 이날 대중 무역전쟁을 협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들이 4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전쟁을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대통령이 중국을 때리는 악역을 자처하자 참모들은 중국을 달래고 나선 것이다. 영리한 ‘역할 분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불사하며 관세폭탄 카드를 꺼낸 건 협상의 지렛대를 최대한 키우려는 전략이다.

워싱턴 특파원이 본 미국의 속내 #대통령 협상 지렛대 최대한 키우고 #참모들은 중국 달래기 ‘역할 분담’ #로스 “총 쏘는 전쟁도 협상으로 끝나” #중국 금융시장 개방이 최종 노림수

래리 커들로 신임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에 대한 관세는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은 관세에 대한 의견을 받는 초기 단계로 최종 결정과 협상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상이 이미 진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자유무역주의자로 고통을 최소화하는 해결을 바란다”고 진화에 나섰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C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보복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미 전체 국내총생산(GDP·18조 달러)의 0.3%에 불과하며 품목이나 금액 모두 시시하고 하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총을 쏘는 실제 전쟁도 협상으로 끝난다”며 “5월 말이 될지 시점을 특정할 수 없지만 협상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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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미국이 먼저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는 1300여 품목, 500억 달러(약 53조원)어치를 발표하자 중국도 같은 액수의 품목을 발표하면서 “담판을 원한다면 대문은 열려 있다”(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고 한 걸 바로 협상으로 연결 지은 셈이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달리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트윗에서 “우리는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들이 오래전에 패배한 무역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며 “중국을 상대로 연간 5000억 달러의 무역 적자에다 지식재산권 침해로 3000억 달러를 잃었는데 이대로 놔둘 순 없다”고 못박았다.

스티븐 이젤 정보기술혁신재단 부회장은 마켓워치에 “트럼프의 전략은 협상력을 키우려고 극단적 입장을 취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에 현상유지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상에 소극적인 중국을 충격요법으로 불러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협상 목표 1순위는 무역적자 축소다. 미 상무부 통계상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3370억 달러인데 트럼프는 매번 금액을 5000억 달러로 48%나 부풀려 얘기할 정도다. 표면적인 요구사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 인하다. 미국 시장의 관세는 2%인 데 비해 중국은 10배가 넘는 25%를 매기고 있다.

속내는 다른 데 있다. 금융시장 개방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중국 자동차 시장에 비해 미국이 전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중국으로선 받아들이기 곤란한 요구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일단 칼을 빼든 만큼 칼집에 도로 넣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중국 금융시장을 열면 미국 재계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를 확실히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로선 대통령 자리에 최고의 협상가를 갖고 있어 매우 행운”이라며 “관세가 시행되기까지 두어 달 검토 기간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중순 발표할 재무부 환율보고서는 미국이 가진 또 다른 무기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위안화 절상을 몰아붙여 무역적자 축소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했다. 이번에 이 무기를 꺼내면 미·중은 관세보복을 넘어 훨씬 큰 규모의 싸움인 ‘통화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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