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의 ‘킹’ 르브론 제임스(34·클리블랜드)도 뛸 수 없는 농구 리그가 있다. 한국프로농구 KBL(Korean Basketball League)이다. KBL은 다음 시즌(2018~2019)부터 외국인 선수의 키를 제한한다. 각 팀은 외국인 선수를 두 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장신은 2m 이하 단신은 1m86㎝ 이하가 기준이다. 키가 2m3㎝인 제임스는 기준 초과다.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키 제한 논란 #장신 2m 이하, 단신 186㎝ 이하로 #득점왕 사이먼 2m2㎝로 짐 싸야 #팬들 “KBL은 코미디 빅리그” 비판
KBL이 외국인 선수 키의 상한선을 마련한 건 2008~2009시즌 이후 10년 만이다. 2007~2008시즌에는 상한선을 2m8㎝로 하면서 두 외국인 선수의 키를 더해 4m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KBL 관계자는 “작은 외국인 선수가 뛰면 경기가 스피디해지고 득점이 늘어난다.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키가 큰 외국인 센터가 골 밑만 공략하는 재미없는 농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 SBS에서 활약한 제럴드 워커(1m84㎝)나 2015~2016시즌 오리온 우승을 이끈 조 잭슨(1m80㎝) 등 키 작은 외국인 선수들이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KBL은 이참에 국내 선수 출전 비중을 60%로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정작 구단들은 KBL의 이런 방침에 반발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를 구할 때 줄자를 갖고 다니며 키를 재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손대범 KBS N스포츠 농구 해설위원은 “NBA에는 2m 넘는 가드와 3점 슈터가 즐비하다. 득점만 늘어난다고 재미있는 농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올 시즌 득점 1위(평균 25.6점)인 안양 KGC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36·미국)은 2m가 넘는다는 ‘죄’로 한국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키를 2m3㎝로 등록한 사이먼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BL센터를 방문해 키를 다시 쟀다. KBL의 한 직원이 키를 재고, 다른 직원은 무릎을 굽히지 못하게 잡았다. 무릎 수술을 했던 사이먼은 “무릎이 잘 펴지지 않으니 차라리 누워서 재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심지어 많이 움직이면 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건물 밖에 나가 한참을 걷고 들어와 다시 쟀지만 2m2.1㎝가 나왔다. 2010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활약했던 사이먼은 2.1㎝ 차로 짐을 싸게 됐다.
키 2m0.1㎝인 전주 KCC의 찰스 로드(33)도 조만간 KBL센터를 방문해 키를 다시 잴 예정이다. 비상이 걸린 구단들이 ‘단기간 키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역기를 오래 들고 있다가 키를 재면 관절이 납작해져 키가 작아진다고 들어 시험 중”이라고 전했다.
일부 팬은 “키가 커서 뛸 수 없는 상황이 TV 개그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보다도 웃기다”며 “리그 명창도 아예 KBL에서 CBL(Comedy Big League)로 바꿔라”고 비판한다.
한국과 농구 월드컵에서 같은 조에 속한 중국과 뉴질랜드에는 2m가 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단신 외국인 선수만 상대하다 보면 국내 선수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구는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닐 만큼 인기였다. 하지만 올 시즌 프로농구 TV 시청률은 평균 0.2%대로 추락했다. 프로배구(0.757%)의 3의 1에도 못 미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