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행 앱 선보인 ‘네이버 올드보이’ … “혼밥 이어 이젠 혼행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NHN 대표를 지낸 최휘영(54) 트리플 대표는 해외여행 가이드 앱 ‘트리플’을 선보였다. 그는 ’기술의 가치를 좋은 서비스로 구현해보자는 뜻에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진 트리플]

NHN 대표를 지낸 최휘영(54) 트리플 대표는 해외여행 가이드 앱 ‘트리플’을 선보였다. 그는 ’기술의 가치를 좋은 서비스로 구현해보자는 뜻에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진 트리플]

“진작에 이 앱을 알았으면 여행 가이드 책은 안 샀을 텐데….”

최휘영 ‘트리플’ 대표 #2005년부터 4년간 NHN 대표 지내 #혼자 여행다니며 겪은 불편한 점 #스타트업 시작하는 데 자양분 돼 #일본 오사카 맛집 후기만 수백개 #한국인 취향 맞춘 여행정보 제공 #“가이드북에 없는 숨은 콘텐트 많아”

“여행 계획 짜는 데 최고네요. 갈 만한 곳 검색하느라 고생 안 해도 돼요.”

해외여행 가이드 앱 ‘트리플(triple)’을 써 본 사용자들이 구글 앱마켓에 남긴 사용 후기들이다.

지난해 해외 여행객은 2650만명, 매년 해외 여행객이 300만~400만 명씩 늘어나는 시대에 트리플은 해외에 나가려는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먼저 났다. 『○○, 100배 즐기기』류의 해외여행 가이드북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게 트리플은 한국인의 취향과 감성에 맞는 해외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해외 70개 도시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여행지에서는 사용자가 있는 위치나 그곳 날씨, 일정에 맞게 필요한 정보를 추천해주는 게 특징이다. 트리플은 지난달 말 출시 8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행 좀 다녀 본 사람이 만들었을 것 같은 이 서비스의 뒤에는 ‘네이버의 올드보이’가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네이버의 전신인 NHN 대표를 역임한 최휘영(54) 트리플 대표다. 언론사 기자에서 2000년 야후코리아로 이직한 그는 야후 뉴스로 ‘서비스 기획자’ 면모를 드러냈다. 이후 2002년에는 네이버에 영입돼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틀을 만들고 안착시켰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트리플 사무실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14년 네이버를 떠난 후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은 한 손엔 스마트폰을 쥐고 다른 한 손엔 가이드북을 펴고 있더라”며 “여행 산업이 이렇게 커졌고 누구나 손에 최고의 컴퓨터를 쥐고 있는데 왜 ‘여행 경험’은 아직 그대로인가 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수많은 여행 앱이 있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티켓이나 상품 중심으로 쪼개져 있고, 상당수는 여행 상품을 팔기 위한 플랫폼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술의 가치를 좋은 서비스로 구현해보자는 뜻에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비스로서의 뉴스’를 고민하던 최 대표가 18년 전 언론사에서 IT기업으로 이직했을 때와 마찬가지다. 그때도 ‘내가 한 번 괜찮은 서비스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게 시작이었다.

결심이 선 그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기획자·개발자로 일하고 있던 후배들과 의기투합했다. 2016년 1월 카카오와 네이버 사옥의 중간 쯤에 위치한 성남시 백현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최 대표가 네이버 기획실장 시절 팀원으로 일하던 김연정씨가 공동대표로 나섰다.

해외여행 가이드 앱 ‘트리플’

해외여행 가이드 앱 ‘트리플’

그렇게 너댓 명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40여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7월 트리플 앱을 출시했다. 앱을 내놓은 이후에도 마케팅·광고보다 서비스 고도화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인공지능·챗봇처럼 요즘 유행하는 마케팅 용어를 내세우지 않지만, 빅데이터·머신러닝·추천 같은 고난도 기술이 트리플 앱의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빅데이터 기반의 IT 회사들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행 산업을 키우고 있다.

그는 특히 트리플을 ‘컨시어지’(안내원) 같은 서비스라고 말했다. “한국인 여행객이 해외 여행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과 맥락에 맞는 정보를 쿡쿡 옆구리 찌르듯이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얘기다. 가령, 여행 가이드북 등에 소개된 유명한 맛집 정보도 있지만, 그 근처에 현지인이 가는 숨은 맛집 정보도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여행객들이 방문한 맛집이나 명소 등에 대한 후기도 현재까지 9만 개 이상 모였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일본 오사카의 맛집들은 후기만 수백개씩 붙을 정도다. 이런 사용자 데이터와 트리플이 직접 편집·제작하는 정보, 포털·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외부 플랫폼에 있는 다양한 여행 정보 등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가장 좋은 정보를 추천해준다.

최 대표는 “패키지 관광이 아닌 ‘자유여행’이 현재 여행산업의 큰 흐름”이라며 “한국인의 감성에 맞으면서도 가장 개인화된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제는 해외여행이 특별한 소수의 경험이 아니라, 누구든 일정만 맞으면 즉시 비행기 타고 떠나는 ‘즉행’, 혼자 해외여행을 가는 ‘혼행’ 등 다양한 경험을 소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제 행(行)은 의·식·주 못지않은 삶의 카테고리가 된 만큼, 힘들게 검색해서 정보를 찾을 필요 없이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똑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리플은 최근 여행 산업 내 파트너십도 확대하고 있다. 다른 국내 여행 스타트업은 물론, 티켓 판매사나 기존 대형 여행사 관련 서비스나 상품도 트리플을 통해 연결해주는 것이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 ‘검색 하면 네이버, 메신저 하면 카카오톡’을 떠올리는 것처럼 이젠 ‘여행 하면 트리플’이라는 말이 나오는 국민 앱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휘영

1964년생. 서강대 영문과 졸업. 연합뉴스·YTN 기자를 거쳐 2000년 야후 코리아로 이직했다. 야후코리아에서 ‘야후 뉴스’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이후 2002년 말 네이버(당시 NHN)에 영입돼 ‘네이버 뉴스’를 기획하고 총괄했다. 2005년 네이버 국내 사업 총괄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 2년 여 동안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를 맡았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비즈니스플랫폼 대표(2009~2013년)와 경영 고문을 거친 이후 2016년 트리플을 창업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