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江南人流] 그대에게서 목련꽃 내음이 납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평소 향수를 잘 사용하지 않던 사람도 혹독하게도 추웠던 겨울을 떨쳐내기 위해 혹은 봄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을 때 꽃 향기가 담긴 향수를 꺼내 들게 된다.
봄에 어울리는 향수를 찾자면 먼저 종류부터 따져봐야 한다. 향수의 종류는 잘 알려진 것처럼 에탄올에 대한 향료 원액의 함유 비율에 따라 나뉜다. 이를 부향률이라고 한다. ‘퍼퓸’은 15~25% 정도로 부향률이 가장 높아서 향이 짙고 지속시간도 길다. ‘오 드 퍼퓸’ ‘오 드 투왈렛’ ‘오 드 코롱(이하 코롱)’ 순으로 부향률이 낮다.

목련과 장미 향을 상큼하게 담아낸 아틀리에 코 롱의 '수드 마그놀리아' 향수. [사진 아틀리에 코롱]

목련과 장미 향을 상큼하게 담아낸 아틀리에 코 롱의 '수드 마그놀리아' 향수. [사진 아틀리에 코롱]

상쾌한 분위기를 내고 싶은 봄에는 부향률이 낮아 가볍고 은은하게 향을 즐길 수 있는 코롱을 선택하는 게 적당하다. 반대로 가을·겨울엔 농도가 짙은 오 드 투왈렛이나오드 퍼퓸 같은 향수를 선택해 묵직한 느낌을 가져가는 게 좋다.
코롱이 주는 상쾌함을 다채롭게 풀어내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아틀리에 코롱’이다. 조향사인 실비 갠터와 크리스토퍼 세르바셀 부부가 만든 프랑스 향수 브랜드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코롱만을 만들어 낸다. 부부가 어린 시절부터 코롱만을 써온 만큼 가장 익숙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또 상큼한 느낌의 시트러스 계열 향을 좋아하는 취향도 같아서 아틀리에 코롱의 향수 대부분은 오렌지·레몬·자몽 등 시트러스 향을 담고 있다.
단, 일반적인 코롱과는 다른 점이 있다. 부향률이 5%를 넘지 않는 여느 코롱과는 다르게 이들의 코롱에는 향료 원액이 15~20% 가까이 들어 있다. 이는 2~3시간 밖에 안되는 일반적인 코롱의 향 지속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부향률만 보면 퍼퓸에 가깝지만, 시트러스 노트의 상쾌한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부부는 ‘코롱’이란 말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지속력을 뜻하는 ‘압솔뤼’를 결합해 ‘코롱압솔뤼’라는 새로운 향수 종류를 만들었다.

오렌지꽃 향기를 담은 '그랑 네롤리'(왼쪽)와 경 남 진해의 벚꽃 향을 담은 '앙상 진해'.

오렌지꽃 향기를 담은 '그랑 네롤리'(왼쪽)와 경 남 진해의 벚꽃 향을 담은 '앙상 진해'.

봄 향수로 아틀리에 코롱을 추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들은 각각의 향수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컨대 오렌지 꽃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날 오후 외출 준비를 하고 기대감에 설레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그랑네롤리’나 한국의 신비로운 문화와 벚꽃에서 영감을 얻은 ‘앙상 진해’ 등이다. 특히 앙상 진해는 아쉽게도 올해 완판 이후 단종됐지만, 화장품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일본 벚꽃 대신 더 깊은 향을 지닌 경남 진해의 벚꽃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동일한 향을 내는 원료라도 산지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향을 구분하고, 이를 섬세하고 세련된 향기로 담아내려는 이들의 철학과 고집이 잘 드러난다.
아틀리에 코롱 향수 중 가장 빠르게 봄을 느낄 수 있는 향수로는 ‘수드마그놀리아(남쪽의 목련이라는 뜻)’를 추천한다.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3월부터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봄꽃인 목련 향을 기본으로 했다. 처음은 오렌지 마멀레이드(잼)처럼 상쾌하게 시작해 묵직하고 은은한 목련 향과 또 다른 봄꽃인 장미 향으로 마무리된다. 원료는 오렌지·자몽·블랙커런트와 목련, 불가리안 로즈 에센스를 조합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