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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도 ‘단독’으로... 세계 최고 마스터스 기자실

중앙일보

입력

프레스빌딩 전경. [오거스타 내셔널]

프레스빌딩 전경. [오거스타 내셔널]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지난해 미디어 빌딩을 새로 지었다. 6500만 달러(약 690억원)가 들었다고 알려졌다.

빌딩은 다른 대형 이벤트의 미디어센터 같지 않다.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하우스 등 다른 건축물들이 그렇듯 1800년대 미국 남부 대저택 양식이다. 흰색 기둥과 돌로 만든 벽, 나무 발코니가 웅장하다. 한 미국 기자는 “미국 남부를 소재로 한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복권에 당첨됐다면 이런 건물에 살았을 것”이라고 했다.

30년간 스포츠를 취재한 프랑스 르 피가로의 로렝 루에 기자는 “단연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자실이다. 어떤 곳에서도 이런 기자실을 만날 수 없다”고 했다. 잘 믿기지는 않지만 오거스타 내셔널 회원들도 미디어 빌딩에 시샘을 한다고 한다. 지난해 미디어 빌딩에 들른 로리 매킬로이는 “기자들이 대회 끝나고 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프레스 빌딩내의 기자들 작업공간. [오거스타 내셔널]

프레스 빌딩내의 기자들 작업공간. [오거스타 내셔널]

1년에 딱 일주일 사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며 더 놀랍다. 미디어빌딩에는 업무 공간과 인터뷰룸, 박물관, 식당, 디지털 헤드쿼터에 샤워실도 있다.

기자석은 약 350석이다. 다른 기자실이 비행기 이코노미석이라면 여긴 일등석이다. 가죽 의자에 개인 수납공간이 있으며 쓰레기통도 혼자 사용한다. ‘단독’을 좋아하는 기자들의 습성을 정확히 알고 있다.

훤하게 뚫린 정면에는 연습장이 보인다. 모든 자리에 TV 모니터 2개, 양쪽 벽에는 대형 스크린 2개가 있다. 대회가 시작되면 하나는 경기 장면, 다른 하나는 인터뷰를 틀어준다. 기자실 천장 높이가 10m 정도 된다.

식당은 풀서비스다. 자리를 안내하고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이 자꾸 뭐 필요한 것 없냐고 물어봐서 귀찮지만 마스터스 초창기 기자실로 쓰이던 건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운치가 있다. 기사 쓰느라 시간이 부족해 간단히 먹어야 한다면, 음식 스탠드에서 물과 주스, 커피, 각종 샌드위치가 무한정 제공된다.

화장실이 특히 인상적이다. 수압이 아주 강력해서 물이 변기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화장실 입구에 서 있는 청소원들이 즉시 들어가 청소를 한다. 손 씻고 물을 닦는 종이는 너무나 부드러워 버리기가 아까웠다.

인터뷰룸. [오거스타 내셔널]

인터뷰룸. [오거스타 내셔널]

오거스타 내셔널은 기자들에게 호의적이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기자들에 감사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대회 창립자인 보비 존스는 “명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 걸 뉴스로 퍼뜨릴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고 선수를 대우하듯, 최고 기자들도 대우한다. 주차장에는 전설적인 골프 기자 몇몇의 이름표를 붙인 지정 주차공간이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미국골프기자협회 총회를 후원해주고 미디어빌딩에 역대 회장들의 사진을 걸어둔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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