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일 초등생 수업 마치면 '전일제 학교' 옮겨가 논다

중앙일보

입력 2018.04.05 01:00

업데이트 2018.04.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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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단독] 독일ㆍ프랑스 '초딩', 오후 5시 넘어 학교에서 뛰노는 이유는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아이들은 블록쌓기 등 원하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본=정종훈 기자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아이들은 블록쌓기 등 원하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본=정종훈 기자

블록 쌓기, 그림 그리기, 보드 게임…. 2월 6일 오후 3시 독일 본에 있는 뮌스터 초등학교 전일제 교육시설에서 아이들이 각종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1층 출입구 옆 커다란 탁구대에선 탁구 남자복식 게임을 하느라 고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놀이방처럼 꾸며진 2층 교실에는 각종 게임 도구와 장난감들이 곳곳에 놓였다. 아이들 사이에 군데군데 전담교사와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학생들을 살피고 있다.

초등 돌봄 기획
독일 본 초교, 학생 전원 전일제 교육
오후 5시 반까지 돌봄, 전 학년 혜택

평등 내세운 프랑스는 6시까지 돌봄
부모들 "만족해"…'칼퇴'하며 데려가

유럽 선진국의 초등 돌봄 현실은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인근의 전일제 교육 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이 학교에선 전교생이 전일제 수업에 참여한다. 본=정종훈 기자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인근의 전일제 교육 시설로 이동하고 있다. 이 학교에선 전교생이 전일제 수업에 참여한다. 본=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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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제 교육은 학교와 지자체가 오후 3~5시까지 초등학생을 돌봐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학교 전교생(216명)이 1명도 빠짐없이 전일제 교육을 이용한다. 초등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1~2시쯤 두 블록 걸어서 전일제 교육시설(본시 소유)로 이동한다. 시와 위탁계약을 한 보육교사(전일제 전담교사) 12명, 실습·자원봉사자 25명이 오후 수업을 담당한다. 적지 않은 인원이 투입된다.

뮌스터 초교 교사는 오전 수업을 마치면 업무가 끝난다. 오후 수업은 전일제 학교 몫이다. 총괄교사인 에스터 프뢰퍼는 "학생들이 오후에 이곳으로 오면 전적으로 전일제 학교협회(학부모가 만든 비영리 법인)가 책임지고 돌본다. 안전보험 같은 것도 우리와 주정부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오후 시간에 자유롭게 탁구 경기를 즐기고 있다. 본=정종훈 기자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오후 시간에 자유롭게 탁구 경기를 즐기고 있다. 본=정종훈 기자

보통 오후 4시 반까지 아이들을 맡는다. 학부모 사정이 있을 때는 5시 반까지 챙겨 주기도 한다. 4시 반까지는 본시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점심 식비는 소득에 따라 차등 부담한다. 아이들은 점심식사 후 45분은 학교 숙제 등 공부를 한다. 그 후엔 오케스트라·무용·독서 등 미리 신청한 활동을 하면 된다. 그냥 쉬어도 된다.

초등학교 1~4학년(독일은 4년제)이 모두 전일제 학교에 참여한다. 동생들과 함께 블록 쌓기를 하던 4학년 여학생 앤 하니(10)는 "오후엔 2학년, 1학년과 같은 교실에 있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도 재밌고, 학교에 오래 있는 것도 좋다"며 웃었다.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교실 정문 옆으로 가방과 옷을 걸어놨다.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본=정종훈 기자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교실 정문 옆으로 가방과 옷을 걸어놨다.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본=정종훈 기자

뮌스터 초등학교도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오전 수업만 받고 아이들은 낮 12~1시쯤 집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 맞벌이인 학부모의 요구가 커지면서 전일제가 도입됐다.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날 4시를 넘어가자 집이나 회사에서 온 학부모들이 하나둘 아이들을 데려갔다. 엄마보다 아빠가 더 많았다.

프뢰퍼 총괄 교사는 “부모들이 일·생활 균형을 위해 전일제 학교 도입을 확대하라고 시위까지 할 정도였다”며 "학교 돌봄은 부모가 계속 일할 수 있게 돕고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계속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독일은 주(州)별로, 학교별로 수업 체계가 다르다. 하지만 2001년 사민당(SPD)이 전일제 학교(Ganztagsschule)를 정치적 이슈로 내세우고 2003~2009년 중앙정부가 전일제 확대를 위한 전국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오후 3~5시에 마치는 곳이 대폭 늘었다. 독일 정부는 10명 중 4명 정도인 전일제 교육 학생을 2020년까지 7명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조 교사를 채용하거나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교사의 추가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 대신 정부 예산을 대폭 투자하고, 학부모의 추가 비용 부담은 소득별로 하되 최소화한다. 트리어 코이네 초등학교의 울리케 슈빈트 교감은 "교사가 근무 시간을 편할 대로 정할 수 있다. 전일제 확대에 대한 반대는 거의 없었다"면서 "학부모 설문 조사에서 70%가 '만족한다'고 답한다. 아이들도 학교에 있는 데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독일 워킹맘 산드라 빈트캐터. 본=정종훈 기자

독일 워킹맘 산드라 빈트캐터. 본=정종훈 기자

워킹맘의 부담도 줄었다. 9, 6세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에 다니는 산드라 빈트캐터(41)는 "아이가 학교 갈 나이가 되면 엄마가 시간제로 근무를 바꾸거나 육아휴직을 많이 쓴다.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오후 3~4시까지 학교에서 봐주면 시간제 일을 하는 엄마가 퇴근길에 아이를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는 학교의 역할을 더 강조한다. 2월 5일 파리 중심가에 있는 보캉송 초등학교는 오후 2시가 지났는데도 귀가하는 학생이 보이지 않는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웃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랑스의 초등학교(5년제)는 대개 정규 수업 시간이 오후 4시까지 이어진다. 이는 모든 학생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 학부모가 원하면 2시간가량 추가로 놀이 등 보충활동을 할 수 있다. 이날 오후 4시 반이 넘어가면서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들이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집에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파리에서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안 클레 보샤(46)도 학교 돌봄이 있어 불안감이 덜하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11)은 오후 4시반이면 정규 수업이 끝난다. 하지만 보샤는 일이 많을 때 종종 둘째 아들을 오후 6시 반까지 학교에 맡겼다가 퇴근하면서 데려온다. 그는 "추가로 돈을 내면 6시나 6시 반까지 학교에서 아이를 봐준다. 학교에서 아이를 오래 보는 것에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2월 5일 독일 트리어의 암브로지우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오후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에선 학생 3명 중 2명이 전일제 수업에 참여한다. 트리어=정종훈 기자

2월 5일 독일 트리어의 암브로지우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오후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에선 학생 3명 중 2명이 전일제 수업에 참여한다. 트리어=정종훈 기자

독일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1995년 출산율이 1.25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일제 학교가 뿌리내리면서 2016년 1.59명까지 반등했다. 일·생활 균형이 갖춰지면서 여성의 보육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일제 학교라는 건 결국 교육 정책과 사회 정책, 가족 정책이 복합적으로 뭉친 교집합이다. 독일은 2000년대 들어 초등 전일제 교육과 영유아 돌봄 강화를 함께 추진한 게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1층 출입구 옆에 당구대와 탁구대가 설치돼있다. 본=정종훈 기자

지난 2월 6일 독일 본의 뮌스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오후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 이곳에선 아이들을 오후 4시반에서 5시반까지 봐준다. 1층 출입구 옆에 당구대와 탁구대가 설치돼있다. 본=정종훈 기자

프랑스도 강력한 공적 돌봄,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 속에 출산율은 고공 행진 중이다. 2015년 기준 2.1명으로 유럽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오랜 전일제 학교 시스템이 아이들의 평등성과 행복을 보장하는 한편 일ㆍ생활 균형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랑 툴르몽 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 선임연구위원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여성들도 직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 특히 오후 6시까지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맡아주니까 업무 시간도 거기에 맞춰서 정시 퇴근이 가능하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프랑스), 본·트리어(독일)=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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