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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평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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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지난 2일자 B9면에 실린 중앙일보 비즈칼럼 ‘원안위가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는 이유’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40년간 단 한 번의 원전 사고도 없었다. 또 갑상샘암의 원인이 고리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동위원소가 아닌데도, 최근 원안위가 원전 방사선량과 주변 주민의 건강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주민건강영향평가를 시행하겠다는 발표는 불필요한 의혹만 부추기는 비상식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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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40년간 단 한 번의 원전 사고도 없었을까. 칼럼의 필자는 아마도 미국원자력위원회가 정의한 원전 사고(방사능이 시설 밖으로 누출되거나 장비가 심하게 손상된 경우)를 기준으로 해 집계했을 것이다. 싱가포르대 벤저민 소바쿨 교수는 여기에 사망 또는 5만 달러가 넘는 장비 손상 사건을 포함하면, 1952~2009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99건 이상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총 205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이 수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포함하지 않은 결과다.

가장 노후화된 원전인 고리 1호기 연도별 사고 건수를 1978년~2014년 집계하면 공식 보고된 사고 건수만 130건이다. 원전 건설 초창기인 1980년 9월 한국전력의 의뢰를 받아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수행한 고리 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최대 내부피폭선량이 목표치의 3배 이상을 상회했다. 장기별로는 갑상샘 피폭선량이 성인과 소아 모두 가장 높으므로, 방출 관리체계 강화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필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년 즈음인 2013년 3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원자력 안전 문제, 이렇게 개혁하자’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원안위 전문위원에 두 명의 의학 전문가가 모두 방사선 치료 전공자임을 지적했지만 현재까지도 인적 구성에 큰 변화는 없다.

고리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샘암 증가의 원인이 방사성동위원소 때문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지난달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은 원전 주변 지역주민 암 위험 역학조사 자료를 재분석해 선택적 생존 효과나 검진 바이어스를 고려해도 갑상샘암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를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원전 종사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국제공동연구에서도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과학 철학자인 요하네스버그대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는 어떤 과학적 결과가 안정적이려면 아직 좋은 과학적 증거로 반박되지 않았거나, 반박되는 상황이 곧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만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고리원전 가동 초기 갑상샘 방사선 피폭선량까지 고려하면, 원전 주변 주민과 원전 종사자에 대한 지속적인 역학 연구는 필수적이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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