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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수능최저 없어지면 수시→정시 이월 인원 감소? 답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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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교육부가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하면서도 동시에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면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와 정시모집 비율의 증감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하 '수능 최저')이사라지면 정시 선발 인원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그동안은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해 불합격한 인원만큼 모집 인원이 정시로 넘어갔는데 수능 최저가 없어지면 이런 '이월'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 최저를 폐지하면서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가 폐지되면 정시로 이월되는 모집인원이 감소할까.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최저가 폐지되면 정시 이월 인원이 줄어든다는 것은 대체로 사실과 다르다. 정시 이월 인원이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수능 최저가 아니라 중복합격자의 미등록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능 최저 폐지 영향과 이후 입시 지형 변화에 대한 입시전문가, 대학 입학담당자, 진학교사들의 의견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교육부가 대입 수시에서 수능 최저 폐지를 권고했고, 연세대 등이 이를 수용하면서 대입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건국대 논술고사 모습. [연합뉴스]

교육부가 대입 수시에서 수능 최저 폐지를 권고했고, 연세대 등이 이를 수용하면서 대입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건국대 논술고사 모습. [연합뉴스]

수능 최저 폐지로 정시 이월 인원이 줄어드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최초합격자를 한 번만 발표하고 수시전형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최초합격자 발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추가선발을 한다. 추가선발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통과한 예비합격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최저 폐지가 정시 이월 인원 감소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다만 수능 최저가 높고, 지원 경쟁률이 낮은 일부 상위권 대학에선 그럴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100명을 선발하는데 100명이 지원했다고 치자. 극단적으로 이중 50명은 수능 최저를 충족했으나 다른 대학에 붙어서 이 전형 합격자로 등록하지 않았고, 나머지  50명은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엔 한 명도 수시 등록자가 안 나와 원래 모집정원 전체인 100명이 정시로 이월된다. 하지만 수능 최저가 사라지면 50명은 합격하게 돼 정시 이월 인원이 50명으로 줄어든다. 
선발 인원이 이월된다는 의미가 정확히 뭔가.
대학들은 입시요강에서 수시·정시 선발 규모를 공지한다. 수시모집에서 원래 계획했던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A 대학 B 학과에서 수시와 정시에서 각각 100명을 선발하기로 했는데, 수시에서 최종 90명밖에 못 뽑은 것이다. 이때 대학은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10명을 정시모집으로 넘겨 뽑는데, 이를 ‘이월 인원’이라고 부른다. 이때 B 학과의 최종 선발 인원은 수시 90명, 정시 110명이 된다. 
그런 인원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시 지원자가 여러 곳의 대학에 중복합격 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수시모집은 크게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논술·특기자 전형 등으로 나뉜다. 학생들은 최다 6번까지 지원할 수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모두 합격한 학생이 고려대를 선택하면 서울대와 연세대는 각각 1명의 인원이 비게 된다. 대학들이 정시모집 원서접수 전까지 추가합격자를 발표하지만 그럼에도  미등록 인원이 많으면 수시 인원을 못 채우게 된다. 이때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이 발생한다. 
규모는 얼마나 되나.
전국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취합하는 숫자는 없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8학년도 기준으로 서울대는 최종 정시 모집인원 878명 중 175명(5.2%), 연세대는 1313명 중 297명(8.2%), 고려대는 802명 중 190명(4.7%)이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된 인원이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뭔지도 궁금하다.
대입은 모집 기간과 선발방식에 따라 수시·정시모집으로 나뉜다. 대체로 수시모집은 내신 성적과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 논술·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가 중요한 평가요소다. 일부 대학은 수시모집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기도 한다. 내신이나 논술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하면 최종 불합격한다. 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은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두고 있다. 가령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지역균형선발 전형에선 ‘국어·수학·영어·탐구영역 중 3개 영역 2등급 이내’가 최저 기준이다. 고려대 일반전형(인문)의 경우 4개 영역 등급합이 6 이내여야 한다. 가령 2개는 1등급, 2개는 2등급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 요구에 따라 대부분 대학에서 수능 최저를 폐지하나.
연세대는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최저를 폐지하기로 했다. 다른 대학들은 2020학년도 입학전형계획안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고려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중앙대는 폐지 대신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고, 한국외대는 학생부교과전형은 폐지하고, 논술전형은 유지할 예정이다. 고려대 양찬우 인재발굴처장은 "다음주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최종 입시요강을 확정하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최저 폐지로 지원자가 급증하면 심사위원 인력이나 비용 부담이 커지고,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다. 
향후 대입에 미칠 영향은.
연세대가 수능 최저를 폐지하고, 나머지 대학이 대체로 유지하면 학생들의 지원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치러지는 입시를 기준으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중 수시에서 수능 최저가 적용되는 전형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고려대다. 가장 적은 곳은 서울대다. 고려대는 특기자 전형을 제외한 대부분 전형에서 수능 최저를 요구한다. 반면 연세대는 논술전형과 활동우수형 학생부종합전형에서만 수능 최저를 제시하고 있다. 2020학년도에 연세대가 수능 최저를 폐지하면서, 내신 성적은 우수하지만, 수능에는 자신 없는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수능 최저를 유지하는 고려대는 내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나 자사고, 강남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이 몰릴 수 있다.

도움말: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 신동원 휘문고 교장,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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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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