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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학부모 두 번 울린 방배초의 석연치 않은 설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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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대낮에 벌어진 인질극은 초등학생을 둔 전국 학부모들을 경악케 했다. 학교 교문을 무사 통과해 교무실에까지 아무런 제지없이 진입한 범인이 어린 초등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인질로 잡았기 때문이다. 1시간여만에 큰 불상사없이 끝나 그나마 다행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가장 가슴을 쓸어내린 이도 학부모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방배초교가 이번 안전사고에 대해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으면서 학부모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방배초교 교장은 사건 당일 언론 브리핑에서 "평소에는 방문자의 신분 확인을 하느냐"는 질문에 "(안 한 적이) 그동안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그렇게 됐다. 인질범이 젊어서 보안관이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해명은 즉각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한 학교 관계자가 방배초교가 그동안 방문자의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았다고 제보하면서다. 누구든 이름과 연락처, 출입 목적 등을 적으면 방문증을 줬고, '신분증 확인 필수' 지침은 학교로부터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게 제보의 요지였다. 교육부는 방문자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할 의무를 진 주체를 '학교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학교 출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외부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면 교장 책임이라는 의미다.
 교육부의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 제9조에는 "학교의 장은 방문자의 신분증 등을 대조한 후 (중략) 일일 방문증을 발급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 교감은 "사건 발생 직후 내가 교무실에 들어가 인질범과 대화를 하며 설득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음 현장에 달려가 사태 해결을 시도한 사람은 학교보안관 A씨였다. 한 학교 관계자는 "인질극 발생 직후 전화를 받은 보안관 A씨가 교무실로 가서 무릎을 꿇고 인질범에게 접근하면서 '원하는 것을 들어줄 테니 아이를 풀어달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교장은 외부에 나가 있었고 병설 유치원에 있던 교감은 그 이후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언론에는 응대하지 않고 있다"며 전화를 끊은 것은 학교의 자유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에게 있었던 사실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은 학교의 의무다. 아이의 준비물을 가져다주러 온 학부모들을 안내하다 신분 확인절차 없이 범인을 들여보낸 4년 차 보안관 A씨는 3일 학교에 경위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학교도 자초지종을 사실대로 적은 '경위서'를 학부모들에게 보내야 맞지 않을까.
송우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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