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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 청년 창업기지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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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일 용산전자상가. [김민상 기자]

3일 용산전자상가. [김민상 기자]

한때 국내 전자제품 유통의 메카로 불렸던 용산전자상가가 제2의 도약을 위한 변신에 나선다. 청년창업 공간, 첨단 제품 테스트 시설 등이 들어서고, 상가 일대는 새롭게 정비된다.

서울시 ‘디지털 메이커시티’ 추진 #2022년까지 산·학 교류무대 조성 #6000㎡ 창업 공간 대학생에 제공 #대기업 신제품 테스트시설도 구축 #“인재 많고 교통 편리해 재도약 가능”

1980년대 후반 조성된 용산전자상가는 국내 최대 규모(약 21만㎡) 전자제품 유통 단지다. 2000년대 초까지 국내 전자제품 유통을 이끌었으나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빈 점포가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3일 용산전자상가를 대학과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어우러진 ‘디지털 메이커 시티’로 조성해 청년 창업 공간인 ‘Y밸리’(Y-Valley)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Y는 젊음, 용산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 2022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한다. 시는 지난해 초부터 용산전자상가 일대 21만㎡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주민과 상인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재생 방안을 논의했다. 용산전자상가는 과거 조립 PC는 선인상가, 음향기기는 전자랜드, 게임은 나진상가라는 명성 아래 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이 늘면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현재는 공실률이 22.7%에 달한다. 용산전자상가에는 현재 선인상가·전자랜드·나진상가 등 4개 상가를 중심으로 4000여 개 점포가 있다.

어려움을 겪지만 온라인 주문이 연간 6000만 건 정도 이뤄지며 단지의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장병군 용산전자상가 상인연합회 회장은 “예전 보다 활기는 덜하지만, 상점별로 온라인 유통 실적은 탄탄하다”며 “전자제품 제조와 판매, 유통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Y밸리 혁신 플랫폼 선포식이 3일 원효전자상가에서 열렸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Y밸리 혁신 플랫폼 선포식이 3일 원효전자상가에서 열렸다. [뉴스1]

서울시는 우선 원효상가 2·3층에 6000㎡ 규모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2층에는 3D 프린터로 제품을 구현할 수 있고, 3층에는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강의실 등을 만든다. 고려대·연세대 등 5개 대학의 현장캠퍼스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용산구 창업지원센터 등 11개의 전략기관이 입주해 운영을 맡는다.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 공식 홈페이지(y-valley.org)에 사전신청하면 해당 공간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용산역과 용산전자상가를 잇는 141m 길이 구름다리도 무빙워크로 올해 안에 탈바꿈한다. 함석판 지붕에 냉·난방이 되지 않아 노후화된 다리를 42억원을 들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을 사용해 꾸밀 예정이다.

인근 국유지와 사유지에 청년들이 생활할 수 있는 1만5566㎡ 규모로 복합주거단지도 조성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Y밸리 혁신 플랫폼 선포식’에 참석해 “용산은 국제업무지구와 용산국가공원, 용산역 면세점 등으로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라며 “용산전자상가도 그 변화의 중심에서 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지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용산전자상가는 미국 보스턴의 이노베이션디스트릭트나 중국 심천 경제특구의 화창베이 등 세계적인 전자 상가와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강희은 서울시 재생정책과장은 “수도에 전자상가가 용산처럼 큰 규모로 지어진 곳은 한국 뿐”이라며 “KTX에 지하철까지 연결돼 교통이 편리한 데다 인적 자원도 풍부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집값이 싸고 젊은층 문화를 가깝게 즐길 수 있는 강북에 4차 산업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인력을 구하기 쉽고 교통이 편리한 용산전자상가도 제2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서울시 계획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노트북을 주로 온라인에 판매하는 한 상인은 “대학생 창업이 상인 수익 창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룡이 된 온라인 유통 회사의 독점 구조를 먼저 깨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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