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부 난데없는 “정시 확대” … 대학별 입시계획 5년간 심사하며 한마디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8.04.04 01:08

업데이트 2018.04.0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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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부가 “정시 비중이 너무 작다”며 현재 고교 2학년 대상의 대학 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할 것을 갑작스럽게 대학에 요구했지만 정작 교육부가 개별 대학의 입시 전형을 심사해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에선 정시 확대를 5년째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차관이 일부 대학에 정시 확대를 직접 요구하는 ‘비정상적’ 절차가 아니더라도 대학들의 대입전형계획 개편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있는데도 이를 한 번도 활용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는 “정시 비중이 너무 높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뒷북’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고교정상화 사업 계획에 언급 안 해
올해도 정시 언급 없이 지난달 통보
정상 절차 활용 않고 뒷북 압박한 셈

3일 중앙일보가 교육부의 2014년 이후 올해까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계획서를 살펴본 결과 대학들에 수시·정시모집 간의 일정 비율 유지 혹은 정시모집 확대 등을 권고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개별 대학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학생·학부모의 수험생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입시 제도를 개편하면 교육부가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다. 올해는 65개 대학에 559억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엔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도 매해 응모하고 있다.

올해 사업 계획은 지난달 6일 발표됐다. 지난달 25일 교육부가 대학들에 심사 방안과 관련한 공문도 보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정시 확대’를 요구한 2020학년도 대입전형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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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따르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선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높이면서도 고교 교육에 기여하는 대학이 선정된다. 교육부는 이 사업의 성과에 대해 “학생·학부모 부담을 완화하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대입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올해 사업 대상을 선정하는 지표는 학생 서류 제출 부담 완화 노력 정도, 기출문제 등 대입 정보 공개의 투명성 강화, 출신 고교 블라인드 면접 노력, 부모 직업 기재 금지 등 20개다. 하지만 평가지표나 사업계획서 어디에도 정시모집 비중 확대, 혹은 수시·정시모집 간의 적정 비율 유지 같은 내용은 없었다. 이 사업이 시작된 2014년 이후의 매해 평가지표를 살펴봐도 ‘정시 확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교육부가 대학에 대입 개편 방향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에선 정시 확대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가 대학별 2020학년도 대입전형계획 확정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교육부가 “정시를 늘리라”고 압박한 셈이다.

대학가에선 교육부의 이 같은 갈팡질팡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수년째 교육부가 대학별 전형계획을 심사하는 사업에선 정시 확대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었고 2020학년도 계획에 대한 평가지표가 담긴 공문까지 보내놓고 며칠도 안 지나 ‘정시 확대가 가능하냐’고 문의한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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