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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력은 마이너스야"란 말 맞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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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형수의 이지아이(Easy eye)(1)

가깝지만 왠지 선뜻 안 가게 되는 안과. 그 문턱을 맞추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을 안과의사가 시원하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모두의 건강한 눈, 행복한 눈빛을 위한 이지아이(easy eye), 지금 출발합니다. <편집자>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것처럼 보이는 여자아이가 시력검사를 마치고 엄마와 함께 진료실로 들어온다.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엄마가 대뜸 물어본다. “우리 아이 시력이 마이너스인가요?”

나에게 대답할 틈도 안 주고 엄마는 아이한테 "너 이제 핸드폰 컴퓨터 금지야. 엄마 말을 들었어야지 에휴. 얘네 아빠 쪽 시력이 안 좋은데 그것도 영향이 있죠? 지금부터 안경을 쓰면 눈이 쭉 더 나빠질 텐데 정말 속상해 죽겠네!" 여자아이는 큰 죄를 지은 마냥 눈만 껌벅껌벅하며 앉아있다.

대략 난감하다. 엄마의 질문에 뭐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안과에서 쓰는 마이너스란 근시가 있으면 근시 정도에 상관없이 마이너스 시력이나 한다. [중앙포토]

안과에서 쓰는 마이너스란 근시가 있으면 근시 정도에 상관없이 마이너스 시력이나 한다. [중앙포토]

오늘은 마이너스 시력의 의미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리는 보통 ‘내 시력은 마이너스야’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리는 시력검사 시표 가장 위에 있는 숫자, 즉 0.1을 못 읽을 때 이를 마이너스 시력이라고 통상적으로 알고 있고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근시는 안구가 정시보다 커진 상태

하지만 이는 잘못된 안과 상식이다. 안과에서 쓰는 마이너스란 근시가 있으면 근시 정도에 상관없이 마이너스 시력이라 한다. 즉 시력이 0.7 혹은 0.9라서 안경이 아직 필요하지 않은 시력 상태라도 근시가 있으면 마이너스 시력인 것이다.

사람의 눈(안구)은 태어날 때 조금 작은 상태로 태어난다. 이를 원시 상태(+기호로 표시)라 하고 성장호르몬의 영향으로 눈(안구)은 정상적인 크기로 자란다. 이를 정시라 하며 안경이 필요 없이 1.0을 볼 수 있는 시력이며 보통 8세에서 10세 사이에 완성된다. 근시(-기호로 표시)란 눈(안구)의 크기가 정시보다 더 커진 상태이다.

근시가 생겨 눈(안구)의 크기가 이미 정상보다 커진 눈을 가진 아이들은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시기, 즉 키가 크는 동안은 눈도 점점 커지면서 정시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안경 도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키가 줄지 않고 점점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안경을 쓰기 시작해서 눈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시의 특성상 눈이 점점 나빠지는 것이다. 안과에 올 때 마다 아이의 눈이 나빠진다며 속상해 하는 엄마들이 많은 데 근시는 원래 나빠지는 것이니 너무 속상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간혹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한 후에 처방받은 안경도수보다 임의로 낮게 안경을 맞춰서 오는 엄마들이 있다.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면 안경도수를 낮게 해 줘야 눈이 덜 나빠진다고 알고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시력검사를 한 후 처방받은 안경도수보다 임의로 낮게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 알려진 안과 상식이다. 눈에 맞는 도수의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랜서 송경빈]

시력검사를 한 후 처방받은 안경도수보다 임의로 낮게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 알려진 안과 상식이다. 눈에 맞는 도수의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랜서 송경빈]

근시가 왜 생기는가에 대한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현재까지 근시의 발생과 진행에 가장 영향을 주는 인자는 가까운 곳을 많이 보는 근거리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화하고 풍족해진 식문화로 성장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돼 평균 신장이 점점 커지듯이 안구도 더 커져 근시의 유병률이 높아진다고 하기도 하고 타고난 유전적인 원인도 있다고 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지금 우리 아이들을 보라.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책에, 컴퓨터에, 핸드폰에 노출돼 있는가? 근시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할 정도로 근거리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한 논문 중에 1주일에 14시간씩 야외활동을 하면 근시의 진행이 억제된다는 외국의 보고가 있다.

'눈 안 나빠지는 약'은 존재 안 해   

즉 하루에 2시간은 책보지 말고 밖에 나가서 뛰어놀라는 말이다. 이 논문을 엄마들에게 말해주면 피식 웃는다. 온종일 학원 뺑뺑이 돌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어딜 나가서 뛰어노느냐는 것이다. 그래 맞다. 외국 논문이다. 우리나라 현실에 적용하기는 안타깝지만 불가능하다. “눈이 안 나빠지는 약이나 치료가 있느냐”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똑같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안경을 끼는 사람이 없겠죠. 치료법이 나오면 아마 노벨상을 받을 겁니다.” 다소 실망스러운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시력이 나쁜 부모일수록 아이의 시력에 민감하고 근시의 진행을 막아보려고 백방 노력을 한다. 여러 입증되지 않은 방법에 경제적 시간적 수고를 허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마음은 이해하나 현재까지 근시의 진행을 시원하게 막아주는 묘책이나 왕도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눈에 맞는 안경 착용, 그리고 적절한 근거리 작업시간 등이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력관리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김형수 안과전문의 theoreeye@naver.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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