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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홀서빙 직원에게 무료 서비스 권한줬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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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훠궈전문점 하이디라오. [사진 guba.com, news.jstv.com]

중국 훠궈전문점 하이디라오. [사진 guba.com, news.jstv.com]

서비스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전문점 하이디라오(海底捞). 명동, 강남, 홍대, 건대에도 진출해 우리에게도 제법 익숙한 레스토랑이다.

쓰촨 샤브샤브점 하이디라오 대표 장융 #외식업 전쟁터 중국서 서비스 1등 비결 #

하이디라오는 어떻게 요식업 서비스 1인자 자리에 올랐을까? 확실한 건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거다. 창립자 장융(张勇)의 좌충우돌 경영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융이 훠궈 육수에 익힌 상추를 집고 있다. [사진 m.sohu.com]

장융이 훠궈 육수에 익힌 상추를 집고 있다. [사진 m.sohu.com]

핵심성과지표를 뜻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직원의 실적평가를 위한 보편적인 경영수단이다. 그런데 KPI가 "관리를 위한 관리도구"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이디라오도 그랬다. KPI를 도입하면서 여러 애로를 겪었다. 장융은 여러가지 '썰'을 풀며 효과적인 경영수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KPI가 세분화될수록 좋다? "NO!"

관리자와 피관리자, 그리고 KPI가 생기면 인간의 행동은 정상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우리는 KPI 세분화를 꾀한 적이 있었다. 한 손님이 이런 말을 했다. "서비스가 아주 좋군요. 안경 쓴 사람에겐 안경닦이를 주고, 컵에 물이 조금이라도 비면 바로 따라주더군요."

그래서 컵에 그때그때 음료를 따라주고 안경을 낀 손님에게는 안경닦이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를 어기는 직원에게는 0.05점을 감점시켰다. 그러자 직원들이 오는 손님마다 무조건 안경닦이를 주고, 더 이상 더우장(豆浆, 두유)을 원하지 않는 손님에게도 더우장을 더 따라주는 것이 아닌가.

하이디라오가 제공하는 안경닦이, 휴대폰 케이스, 머리끈. [사진 tieba.baidu.com]

하이디라오가 제공하는 안경닦이, 휴대폰 케이스, 머리끈. [사진 tieba.baidu.com]

가장 웃픈(웃기면서 슬픈) 건 (훠궈 육수가 튈까봐 주는) 휴대폰 케이스였다. 일부 손님은 케이스를 원하지 않는데도 직원들이 억지로 케이스에 휴대폰을 넣는가 하면, 끝까지 거부하는 손님에게는 손님이 한 눈을 판 사이 몰래 케이스를 씌우기도 했다. 감점을 받지 않으려는 직원들의 눈물겨운 몸부림이었다.

테이블 회전율의 함정

이후 나는 세부화된 평가 기준을 버렸다. 대신 테이블 회전율을 보기 시작했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서비스 만족도가 높고, 매출이 증대될 것 아닌가.

그러던 어느날 베이징의 한 지점 엘리베이터에서 쓰촨(훠궈의 본고장이다) 사람이 일행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베이징의 쓰촨 훠궈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줄까? 일단 예약을 안하면 자리가 없어. 예약을 해도 몇 분 늦으면 역시 자리가 없지!"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띵~ 했다. 아니 예약 시간에서 고작 몇 분 늦었다고 자리가 없다니? 이는 고객의 이익을 침해하고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행위 아닌가? 이렇게 해서 무슨 장사를 하나?!?

이 사달이 나게된 원흉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다름 아닌 평가 기준인 테이블 회전율 때문이었다. 예약 손님이 정시에 안오면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은 계속 밖에서 기다리기 때문에 빈 테이블이 생기며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것. 이때 나는 약간 '멘붕'이 왔다.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단 말인가.

하이디라오는 혼밥족을 위해 외로움을 달래줄 인형을 놓아주기도 한다. [사진 newseed.pedaily.cn]

하이디라오는 혼밥족을 위해 외로움을 달래줄 인형을 놓아주기도 한다. [사진 newseed.pedaily.cn]

모든 KPI를 없애고 유연한 기준을 만들다

이후에 나는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는데, 바로 식당이 괜찮으면 손님들이 "어, 이 집 괜찮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 괜찮다는 평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 집 정말 괜찮네?"라고 하면 정말 괜찮은 식당인 것이다.

이 '괜찮음', 그러니까 고객 만족도는 그 어떤 지표로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없다. 그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노력 또한 정확하게 증명될 수 없다. 고객과 동료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하이디라오는 대기 손님에게 네일아트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사진 ent.163.com]

하이디라오는 대기 손님에게 네일아트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사진 ent.163.com]

그래서 나는 모든 KPI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대신 '미스터리 쇼퍼' 조직을 만들어 불시에 지점들을 방문하게 했다. 나는 모든 지점을 A, B, C 세 등급으로 나눈다. A는 훌륭, B는 보통, C는 지도가 필요한 곳이다. C등급을 받더라도 당장은 불이익이 없다. 일정 기간 동안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대신 이 기간을 넘겨도 서비스가 그대로면 해당 지점의 점장은 해고다.

요식업계에서 성과급제를 강조하는 이유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국의 서버들은 무척 성실하고 친절하다. 당신의 안부를 물으며 관심을 가져준다. 왜냐고? 팁 문화(제도)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직접 서버에게 대가를 지불한다.

반면 중국의 서버들은 서비스는 손님에게 하지만, 돈은 점장에게 받는다. 직원이 많지 않을 때는 나름 공정하게 월급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이 많아지면 공정한 월급 분배가 힘들어진다. 바로 이때 모두의 원동력과 기업 문화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아닌 각자의 근무량에 따라 '팁'을 주기로 결심했다. 일종의 성과급 제도다. 많은 요식업계 CEO들이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성과급제는 일한만큼 버는 시스템이다.

한 번은 이런 장면을 봤다. 한 직원이 유리창을 닦고 있고 다른 직원들은 곁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유리창을 닦던 직원이 다 같이 일을 하자고 하자 다른 직원들은 "너가 먼저 하고 있잖아"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유리창을 닦은 직원은 어쩌면 약간의 인센티브나 상장을 받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늘 무형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자기 일을 다 하고도 동료의 일을 도와주는 성실한 직원이 한 명 있었다. 싹이 보이길래 관리자한테 이 직원을 잘 키워보자고 했더니 이미 관두고 없다는 것이다. 황당했다. 알고보니 그 청년은 마음에 두고 있던 동료에게 잘 보이려고 성실하게 일했는데 동료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관둬버렸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 직원은 하이디라오가 아닌 짝사랑하는 동료를 위해 그토록 열심히 일한 것이었다.

이 두 사례는 성과급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일한만큼 버는 것, 이것보다 더 간단한 게 어디 있겠는가. 나는 '정석적인' 경영 방식을 많이 따라했었다. 이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직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어 '주인 의식'을 갖게 하라

하이디라오 기업 문화의 핵심은 '권한 부여'다. 매니저를 포함한 모든 서버들은 손님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결제할 모든 액수를 면제해줄 수도 있다. 인터넷에 "인류는 이미 하이디라오를 막을 수 없다(人类已经不能阻止海底捞了)"를 검색해보라.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서비스 '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주인 의식으로 인한 진심어린 서비스다.

이밖에 직원 처우도 좋다. 중국엔 숙식을 포함하는 식당이 여러 곳 있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지하실에 살고 남은 밥을 먹기 일쑤다. 반면 하이디라오 직원 숙소는 좀 붐비긴 하지만 시설은 굉장히 좋다. 방마다 컴퓨터도 있다. 또 세탁, 식사 준비 등도 도우미가 도맡는다.

신입직원 교육의 경우 ATM기 사용법, 지하철 탑승법(카드 구입/충전 등) 등도 일일이 가르쳐준다. 대부분이 농촌에서 온 농민공들이기 때문에 도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 지도까지 해주는 것이다.
장융의 경영 '실패기'는 오늘날의 하이디라오를 만들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석 관리기법(KPI)에 100% 의존하지 말라는 얘기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관리법을 적절히 섞는 것, 그것이 장융이 말하는 경영의 왕도일 것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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