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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사장님 車’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측면. 문희철 기자.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측면. 문희철 기자.

기아차, K9으로 수입 세단에 도전

주요 자동차 브랜드의 최상위 세단 차종(플래그십)엔 일명 ‘사장님 차’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과 넓은 공간, 부드러운 주행 성능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그간 이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사장님 차의 ‘원조’ 쌍용차 체어맨은 지난달 판매를 중단했고, 현대차 아슬란도 지난해 연말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수입차 공세를 버티지 못한 탓이다.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측면. 문희철 기자.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측면. 문희철 기자.

‘사장님 차’ 시장에서 기아 자동차가 국산 자동차 제조사의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기아차는 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대형세단 '2세대 K9' 공식 출시 행사를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K9 완전변경모델이 등장한 건 4년 6개월 만이다.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전면. 문희철 기자.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전면. 문희철 기자.

사실 K9은 기아차의 '애물단지' 차종이었다. 지난 2월 판매대수(39대)는 기아차 전 차종 중 ‘꼴찌’다. 하지만 기아차는 K9 출시를 계기로 수입차가 장악한 ‘사장님 차’ 시장을 국산차가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2012년 K9 출시 이후 고급 대형 세단의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숙고했다”며 “K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2세대 K9을 개발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우측면. 문희철 기자.

기아차가 3일 출시한 K9 우측면. 문희철 기자.

차체·디자인·소품 누가 봐도 ‘사장님 차’

K9 차체 디자인은 누가 봐도 ‘사장님 차’다. 경쟁모델 대비 차체가 가장 크고 넓다. 제네시스 G80·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국내·외 5개 고급 세단과 비교할 때, 차량 길이(전장·512㎝)가 500㎝가 넘고, 차량의 폭(전폭·191.5㎝)이 190㎝를 초과하는 차는 기아차 K9이 유일하다. K9보다 한 체급 위로 구분하는 캐딜락 CT6(518.5㎝)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515㎝)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량의 높이(전고·149cm)나 앞·뒷바퀴 중심축 사이의 거리(휠베이스·310.5cm)를 봐도 5개 경쟁 모델 대비 K9이 가장 당당하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최고디자인책임자(사장)는 “K9은 차체를 키워 웅장함을 강조했고 휠베이스를 늘려서 좌석에 앉았을 때 개방감을 확보했으며, 디자인적으로 완벽한 비율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80 [사진 현대차]

제네시스 G80 [사진 현대차]

힘도 센 편이다. K9의 최고출력(370마력)은 제네시스 G80(370마력)과 함께 경쟁모델 대비 가장 높은 편이다. 심지어 엔진(3456cc)이 더 큰 렉서스 ES시리즈(277마력) 보다 K9이 거의 100마력 정도 높다. 최대토크(52kg·m)를 기준으로 봐도 그렇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연비·가격은 다소 아쉬워  

다만 차체를 확대한 영향으로 K9 연비(8.1~8.7㎞/L)는 다소 낮은 편이다. 제네시스 G80(최고연비 8.5㎞/L)을 제외한 모든 경쟁차보다 연비가 낮다. 경쟁 모델 중 최고 연비가 가장 우수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1km/L)와 비교하면, K9은 1km 당 25mL의 가솔린을 더 사용한다.

BMW 뉴 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 [사진 BMW그룹코리아]

BMW 뉴 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 [사진 BMW그룹코리아]

대신 기아차는 고급스러운 요소를 곳곳에 적용해 수입차와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대시보드에 설치한 아날로그 시계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모리스 라크로와(Maurice Lacroix)'와 협업해서 디자인했다. 또 글로벌 색상 컨설팅 기관인 팬톤색채연구소에 의뢰해 실내를 7가지 색깔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아우디 A6.

아우디 A6.

최신 기술도 대거 접목했다. 곡선 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감속하는 기능(스마트크루즈콘트롤)과 전방충돌방지보조·안전하차보조시스템 등은 K9 8개 트림 전차종에 적용했다. 최진우 기아차 중대형PM센터장(전무)은 “K9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은 기아차 최초로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일반도로에서 작동하고, 차량이 터널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시스템도 갖췄다”고 말했다.

참고/렉서스 올 뉴 ES 사진

참고/렉서스 올 뉴 ES 사진

고급 사양과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서 가격은 1세대보다 다소 올랐다. K9 3.3 터보가솔린 모델이 6650만원부터 시작한다. 렉서스 ES시리즈(5360만~6640만원) 최고가와 비슷하고, 제네시스 3.3 최저가(4880만원) 보다 1700만원 가량 비싸다. 선택사양을 모두 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6220만원)나 BMW 5시리즈(6330만원)보다 비싸 소비자들이 K9에게 지갑을 열지는 미지수다.

k9

k9

판매 목표는 거창하지 않다. 권혁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내수 시장에서 K9의 올해 판매목표는 1만5000대, 내년 판매목표는 2만대”라고 밝혔다. 지난해 3만9762대를 판 제네시스 G80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3만2411대), BMW 5시리즈(2만4095대) 등 이른바 ‘고급 세단 톱3’을 넘어서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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