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북에는 '천재일우' 기회...'패러다임 시프트' 가능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18.04.03 14:34

 “북ㆍ미정상회담이 열리면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 부를 만한 실질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 모두 ‘톱 다운형’의 빠른 결과를 원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살라미 전술’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김정은도 알고 있다. ”

북핵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④ 이소자키 아쓰히토 일본 게이오대 교수

일본 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이소자키 아쓰히토(礒﨑敦仁)게이오대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최근 북ㆍ중정상회담에서 ‘리비아식 해법(선 조치ㆍ후 보상)‘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에 있어서 이번 북ㆍ미정상회담은 천재일우의 기회이기 때문에, 단계적 조치라 하더라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3일과 3일 두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주요 문답.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북ㆍ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 미국 모두 정상회담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보다 불안정한 요소는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원했던 북ㆍ미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회담을 연기를 하는 일은 있어도 거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앞으로 수십년 더 정권을 이끌어가고 싶어한다. 지금이 북ㆍ미간 국교정상화를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북한에 있어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회담이 실현되면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나.

“지금까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로 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직접 만나게 됐기 때문에 대타결 가능성이 생겼다.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미국과 대응한 관계로 협상하겠다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납득시킬 수 없다. 김정은이 이번에 통 크게 나서지 않으면, 미국은 앞으로 수십년간 북한을 신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체제보장의 믿음이 생기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도 할 수 있다.”

한 번의 회담으로 실질적인 결론에 다다를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실무 회담, 장관급 회담을 거친 다음에 정상회담을 하기 마련이지만, 김정은과 트럼프 둘 다 ‘톱 다운형’으로 결과를 서두르는 지도자다. 회담이 열린다면 실질적인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상징적인 선언 수준에 그칠 거란 전망도 있다.  

“완전 반대다. 김정은은 얻을 게 없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일부러 트럼프와 만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두 정상의 스타일로 봤을 때 ‘올해 안에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식으로 상당히 짧은 시간 내의 타결도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쓰면 트럼프가 납득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북한이 ‘일괄 타결’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를 이용해 북한이 한꺼번에 카드를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북ㆍ중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여전히 비핵화에 낙관적인가.

“김정은은 첫번째 외유라는 카드를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썼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것일 뿐이다. 표면적으론 기존의 ‘행동 대 행동’ 원칙이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핵ㆍ미사일 개발이 진행됐고, 트럼프가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은 과감한 행동을 취할 환경이 됐다. 단계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북한은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선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나.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이 말한 적 있나. 북한 노동신문은 2월 28일을 마지막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않고 있다. 북한도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과 저술을 100편 이상 분석해왔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비교하면.

“김정은은 정책의 진폭이 크고, 변경도 빠르다. ‘단숨에’ 한다. 한국에 ‘조국통일대전(祖國統一大戰)’이라는 강경한 용어를 사용했다가 정상회담도 요청해왔다. 장성택을 추방하지 않고 처형까지 했던 것도 그런 특징으로 읽힌다. 체제보장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위해서는 핵보유도 수단일 뿐이다.
두번째로 실리주의다. 김정은은 깜짝 현장시찰을 하는 등 현실을 직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최신 무기를 구입하는 대신 핵ㆍ미사일 개발을 선택했다. 가난한 북한이 사이버 전술에 관심을 갖거나,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것도 실리주의다. 남ㆍ북, 북ㆍ미정상회담도 형식적, 상징적으로 끝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번째로 제도 중시다. 김정은은 정책결정의 프로세스를 중시한다. 장성택의 숙청 사실을 상세하게 공개하는 것도 이같은 문맥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체제 보장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생각할 것이다. ‘남북한 비핵 지대’를 선언할 수도 있다.”

북한은 과거에 몇번이나 약속을 깬 적이 있다.

“미국도 경수로 건설을 연기했고, 한국은 보수 정권에서 10.4 선언을 이행하지 않았다. 즉, 북한과 한ㆍ미ㆍ일 사이에는 상호불신이 있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타결을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미국이 이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서 ‘재팬 패싱’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일본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여야 한다.  북한과 아베 정권은 오랜 기간에 걸쳐 불신이 깊은 상태다. 그러나 북한에 있어서 일본은 경제건설이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국교정상화시 일본으로부터 받을 자금지원은 여전히 잠재적 매력이 있다.”

일본이 납치문제를 꺼내면서 비핵화 논의에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을지 우려된다.

“납치자 문제를 주변국에만 의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일본 정부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있다. 납치피해자를 귀환시키는 것은 일본 주권의 문제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정부가 지킬 수 있는가라는 국가의 근본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납치자 문제는 북ㆍ일간의 문제지만, 큰 그림 속에서 보면 트럼프가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납치자 문제를 다루는 것도 가능하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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