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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강연만···" 우주인 이소연이 미국행 택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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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8일 우주선에 탑승하는 이소연.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TMA-12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SBS]

2008년 4월 8일 우주선에 탑승하는 이소연.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즈 TMA-12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SBS]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40)씨가 미국 행을 결정한 지 5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이씨는 3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 마이크로중력학회 2018 학술대회 초청강연에서 "평생 (우주 관련) 강연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며 미국 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이날 강연은 최신 우주실험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로 이씨는 관련 강연과 함께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08년 4월 우주 국제 정거장(ISS)에 10여 일간 머물며 18가지 우주 과학 실험을 했다.

지구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우주비행 경험을 소개하는 특강을 하다가 2012년 자신의 소속이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휴직하고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위해 미국 유학길을 떠났다.

이날 이씨는 당시의 결정에 대해 "마치 유행가 하나로 평생 우려먹고 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작은 강연이라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 그대로 있으면서 행보를 바꾸긴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도 일정한 연구 활동 이후 관리자나 경영자의 길을 주로 택한다"며 "우주공학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분들과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경영학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국비 260억원을 들여 우주를 다녀온 뒤 미국 행을 결정하며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우주인이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어린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며 "설사 누가 잘못했든지 어린이들에게 우주인이 누군가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후 단 한 번도 정부 로드맵을 비판한 적 없다"며 "우주인 사업 기획을 기획하고, 우주인을 올려보내고,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고 하던 세 시기의 정부가 모두 다르다 보니 방향성이 조금씩 틀어졌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씨는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자신의 논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국적을 포기했다는 기사들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대한민국 국기를 달고 우주에서 최초 우주인으로 살았던 저로서는 단 한 번도 미국 시민권 신청을 고려해본 적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도 한 사람의 우주인이 더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때 제가 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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