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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홈페이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불법 도박사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나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팀장이 잡지사로 위장된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유나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팀장이 잡지사로 위장된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유명 잡지사나 대형마트 홈페이지인 것처럼 사이트를 꾸민 뒤 실제로는 54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013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에서 5400억원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총책 이모(41)씨 등 19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5400억원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일당 검거 #서버는 일본에 두고 사무실은 중국에서 운영

단속을 염려해 사이트 첫 화면은 '라이프'지 등 외국 유명 잡지사나 국내 대형마트인 것처럼 꾸몄다. 겉보기에는 합법 사이트로 보이지만 로그인을 하면 도박사이트로 화면이 전환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로 위장한 탓에 이씨 등은 자신들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논현동 마트’라는 은어로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서버를 일본에 두고 사무실은 중국에 둔 채 영업은 한국에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4년 단위로 5~6차례 웹사이트 주소 등도 바꿨다.

수사는 2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6년 10월 검거된 공범 이모(39)씨 등 사장단 조사 과정에서 총책의 존재가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으로 검거한 사람들이 구치소에 간 뒤에도 사이트가 계속 운영되는 걸 보고 추가 수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추적 끝에 경찰은 지난 2월 서울 삼성동의 한 수산물 프랜차이즈 사무실에서 총책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이 업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 사이트의 회원 규모는 2188명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130여명이 접속해 최대 2200만원의 도박 자금을 충전했다. 대기업 직원 S씨(34)는 1년 동안 약 5억원을 판돈으로 충전한 뒤 도박을 벌이다 1억8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경찰은 이씨 등 일당이 5년간 100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운영진들의 장부·계좌 등을 추적해 토지·채권·주식 등 16억원 상당의 재산을 몰수했다. 주거지에 있던 고급 승용차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되지 않은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상습도박 행위자돟 끝까지 추적해 전원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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