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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무현 비하 호두과자’에 욕설…法 “5만원씩 배상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제품을 판매한 호두과자점 대표가 자신을 비난했던 네티즌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일부 이겼다.

'일베' 사이트에 광고 내고 #盧 전 대통령 비하 제품 판매 #온라인에 퍼지면서 비난 받아 #400만원 청구에 5만원 인정

법원은 욕설 댓글을 단 이들이 호두과자점 대표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5만원씩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안시에서 호두과자점을 운영하던 A씨는 5년 전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광고비를 내고 해당 사이트 회원들을 상대로 호두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A씨가 파는 호두과자가 '일간베스트' 밖에서도 화제가 된 것은, 이를 배송받은 한 회원이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이 널리 퍼지면서다.

 2014년 당시 '일간베스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과 비난을 샀던  호두과자의 포장 사진(위)와 도장(아래). [온라인 커뮤니티]

2014년 당시 '일간베스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과 비난을 샀던 호두과자의 포장 사진(위)와 도장(아래). [온라인 커뮤니티]

과자를 포장한 종이박스에는 '고노무 호두과자' '추락주의' 등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한 표현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얼굴과 코알라를 합성한 모양의 문구용 스탬프(도장)도 함께 팔았다.

이런 내용은 '어느 호두과자점의 소름 돋는 마케팅' 등의 제목으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퍼지며 많은 이들의 비난을 샀다.

A씨로부터 고소당해 이번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생긴 이들은 모두 6명으로, 당시 게시물에 하나씩 단 댓글이 문제가 됐다. "호두과자를 XXX(입)에 집어넣어 질식사시키고 싶다" "저런 것 만든 XX들은 다 고X를 만들어 버려도 시원찮다" "망해서 빚더미에 앉아라" "짐승새X니 저런 짓을 한다" 등의 내용이다. 내용 없이 "X까 제발 XX녀석" 이라고 8글자 모두 욕설만 쓴 사람도 같은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많은 네티즌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A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는 노무현재단 온라인 게시판.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캡쳐]

A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많은 네티즌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A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는 노무현재단 온라인 게시판.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캡쳐]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3단독 이동호 판사는 지난달 15일 "이들은 공연히 A씨를 모욕했고 이로 인해 A씨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소송을 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A씨의 청구를 온전히 다 들어준 것은 아니다. A씨는 이 소송을 내면서 인당 400만원씩의 위자료를 청구했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이 중 1.25%에 해당하는 5만원씩만 인정된 것이다.

이 판사는 "댓글 올린 장소, 내용,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 댓글 올린 횟수, A씨가 형사고소도 했지만 모두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금을 인당 5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에 따르면 A씨가 2%에 못 미치는 만큼만 이긴 셈이어서, 소송비용의 98%도 A씨가 부담하게 된다.

다만 이 판결은 A씨가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에, 이대로 확정되지 못하고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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