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연금은 남성 연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월 300만원대 국민연금 부부의 등장은 참 반가운 소식이다. 국민연금이 이립(而立·30세)의 나이가 되면서 기초가 잡히고 있다. 이 기사의 댓글 하나. “공무원연금은 한 사람이 300만원 넘는데….” 공무원의 평균 퇴직연금이 월 242만원(교육직은 296만원, 2016년), 같은 조건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89만원이니 이런 푸념이 나올법하다. 또 다른 차이는 여성(255만원)이 남성(239만원)보다 많다는 점이다. 교육 공무원이 장기근속자가 많아서 연금이 많은 편인데, 이들 중에는 여성 교사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국민연금은 양성평등 면에서는 0점에 가깝다. 여성 수령자 비율(36%)은 공무원연금과 비슷하지만 연금액은 남자의 57%인 33만원에 불과하다. 연금이 상대적으로 많은 20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더 열악하다. 여성이 열 명 중 한 명도 안 될뿐더러 연금도 남성의 72%(남성 92만원, 여성 66만원)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4/3

요람에서 무덤까지 4/3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고, 평균 임금과 재직기간이 짧으니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맞지만 논리로만 풀 게 아니다. 여성 빈곤율이 남성의 1.4배이고 기대수명이 5~6년 길며 독거노인이 많다.

한국의 경제적 부는 남성이 일터에서 열심히 일해서 일군 덕분만일까. 여성이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저임금 일자리를 채워서 가능했다. 천문학적인 국민연금 적립금(690조원)에도 여성의 땀이 배 있다. 여성에게 주로 돌아가는 게 국민연금 분할연금과 유족연금이다. 황혼이혼이 늘면서 지난해 여성 분할연금 수령자가 크게 늘었다. 19만원밖에 안 되지만 기초연금을 더하면 최저생계비(1인 가구 약 50만원)를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여성의 연금을 올리자는 게 아니다. 분할·유족 연금의 요건을 좀 풀자. 혼인기간이 5년이 안 돼도 연금을 분할하고, 연금액·가입이력 중에 선택하게 길을 터 줄 필요가 있다. 가입이력을 나누는 게 유리할 때가 있다. 유족연금도 공무원연금처럼 가입기간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다른 연금과 겹칠 때 30%만 받는 것을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보험료 추후 납부의 최저선을 대폭 낮추면 저소득 여성의 노후가 따뜻해진다. 출산을 가입기간에 더 얹어주고 양육기간도 새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