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언제 검찰 패싱 했습니까” 펄쩍 뛴 박상기

중앙일보

입력 2018.04.03 02:30

업데이트 2018.04.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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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내가 언제 ‘검찰 패싱’을 했습니까.”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자주 통화”
대검 "일 계속 해야하나" 부정적 여론

2일 출근한 박상기(사진) 법무부 장관이 펄쩍 뛰었다고 한다. 지난주 스위스 출장(3월 27일~4월 1일)을 간 사이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진행 상황을 모른다”고 해 ‘검찰 패싱’ 논란이 일었다는 보고를 법무부 간부로부터 받고서다. 박 장관은 내부 회의에서 “검찰 쪽 의견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박 장관은 문 총장과 자주 통화하면서 중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여러 의견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 역시 박 장관의 독단이나 청와대 상층부와만 논의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논의한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8일 위원회에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이를 ‘수사권 조정안’ 작성 과정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4일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다. 법사위 관계자는 “현안보고가 잡혀 있어 장관이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설명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의는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야당이 벼르고 있다. 법사위 주광덕(자유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 비선들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 수사권 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밀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구의 말을 받아쓰기 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무·검찰의 입장을 반영한 수사권 조정안은 법무부 정책기획단과 장관 정책보좌관실 등 극소수 인원이 비공개로 작성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안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박상기 장관-김부겸 행정안전 부 장관’ 등이 참여한 협의 테이블을 오가며 다듬어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법무부의 한 검사는 “검찰의 핵심적 기능을 조정하는 수사권 조정에 대해 검찰 업무를 기본으로 하는 검찰국이 법무부 내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며 “검사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밀실 논의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검 분위기도 갈수록 안 좋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에 수사종결권까지 주는 조정안은 법률가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주말을 지나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찰총장 사퇴설’까지 돌고 있다. 앞서 2011년 국회 법사위가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당초의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수정하자,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 간부들이 줄사표를 내는 등 검찰이 집단 반발한 바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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