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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정시 확대’ … 오락가락 교육부 비난 여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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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현재 고2 대상의 대입에서 정시모집 비중 확대를 교육부가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고2의 내년 9월 수시모집 원서 접수까진 17개월밖에 안 남았다. 급작스러운 입시 변경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육부를 폐지해 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학부모 "교육부 폐지" 청원도

비판이 드세지자 교육부는 전후 사정을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를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급히 열었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하순 서울대·고려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시 확대를 요구했다. 이어 지난달 29, 30일엔 경희대·중앙대·이화여대 등 세 곳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요구를 했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모집 비중이 높아지고 정시 비중이 작아지는 문제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정시 확대 요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입시에선 수시 모집인원은 76.2%, 정시는 23.8%다. 고2 대상 대입의 수시·정시 비중은 대학별 계획 수립에 따라 이달 중 결정된다. 교육부 요구가 알려지면서 서울 9개 대학 입학처장은 지난달 29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그 직후 연세대는 지난 1일 2020학년도 입시계획을 발표하며 “정시 모집 늘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급작스러운 요구를 대학들이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실장은 공식적 절차를 밟지 않은 것에 대해 “2020학년도 대입계획을 이달 중 확정해야 하는데 촉박했다”고 말했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2007학년도 입학사정관제 도입 이후 매해 확대됐다. 하지만 교육부가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을 교육부가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임기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집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정시 확대에 공감하는 면도 있지만 입시가 아무리 바뀌어도 결국 가르치는 것은 교사이고, 공부하는 것은 학생”이라며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꾸는 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세종=남윤서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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