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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세상에 나온 인골…백제 무왕이 주인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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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익산 쌍릉의 대왕릉의 전경. 이 안의 나무상자에서 발견된 인골이 왕릉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문화재청]

익산 쌍릉의 대왕릉의 전경. 이 안의 나무상자에서 발견된 인골이 왕릉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문화재청]

백제 고분인 익산 쌍릉(雙陵·사적 제87호)의 무덤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전북 익산 쌍릉서 인골상자 발굴 #무왕과 선화공주 묘지로 알려져 #과학분석, 미스터리 풀릴 듯

지난해 8월 일제강점기 조사 이후 100년 만에 발굴조사가 재개된 쌍릉 대왕릉 내부에서 최근 인골이 담긴 나무상자가 발견됐다. 앞으로 인골 분석 등의 조사가 이어지면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묘주인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익산 쌍릉은 향가 ‘서동요’에 등장하는 백제 무왕(재위 600∼641)과 선화공주가 묻혔다고 전하는 무덤으로, 대왕릉과 이보다 작은 소왕릉이 나란히 조성돼 있다.

문화재청과 익산시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와 협약을 맺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최완규)가 발굴 중인 쌍릉 대왕릉 현실(玄室·시신을 넣은 널이 안치된 방, 무덤방)의 가운데에 있는 화강암 관대(棺臺·관을 얹어놓는 넓은 받침) 위쪽에서 인골이 있는 상자를 찾아냈다고 2일 밝혔다. 나무상자는 가로·세로 각 26㎝이며, 높이는 33㎝로, 안에 인골이 담겨 있었다.

이 인골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 쌍릉을 발굴한 야쓰이 세이치(谷井濟一)가 관과 토기, 장신구, 치아 등을 수습한 뒤 무덤 주인공의 인골을 모아 다시 봉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고적조사사업의 하나로 발굴에 나섰으나 매우 간단한 형식의 보고문을 작성하고 마무리했다. 100년 전 그렇게 닫힌 이 나무 상자가 100년 만에 다시 열리면서 쌍릉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익산 쌍릉의 대왕릉의 내부. [사진 문화재청]

익산 쌍릉의 대왕릉의 내부. [사진 문화재청]

그동안 학계에서는 익산 쌍릉의 대왕릉과 소왕릉의 무덤 주인공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 이곳에는 각각 부여에서 익산으로의 천도를 추진한 무왕과 그의 부인인 선화공주가 묻혀 있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이 낸 ‘익산 쌍릉 일제강점기 자료조사보고서’에서 대왕릉 출토품으로 전해지는 여성의 치아와 수습된 토기가 신라계 토기로 발표된 후 피장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대왕릉에서 발견된 치아를 분석한 결과 20∼40세 여성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최완규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소장은 "상자 속 인골이 무덤 주인공의 것이라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1917년에 발굴됐을 때 발굴된 피장자의 인골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쌍릉의 현실 규모나 축조 형태 등을 고려했을 때, 쌍릉이 왕릉급 무덤일 가능성이 확실시된다”며 "앞으로 과학적 조사를 거치면 성별과 나이 등 피장자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골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항온항습실에 보관돼 있으며,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겨 연구될 예정이다.

조사단은 봉분 직경이 약 25m, 높이가 5m인 대왕릉의 내부 구조와 규모도 확인해 이 무덤이 백제 사비기의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인 것도 확인했다. 입구가 중앙에 있으며 단면 육각형의 현실(玄室)로 축조됐다는 점에서다. 이는 전형적인 백제 사비기 무덤 형식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의 규모는 길이 378㎝, 너비 176㎝, 높이 225㎝로, 부여 능산리 왕릉군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동하총의 현실(길이 327㎝, 너비 152㎝, 높이 195㎝)보다도 더 크다. 백제왕도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추진단 김승대 연구관은 "조사에서는 대형 화강석을 정교하게 다듬은 돌을 이용해 현실을 축조했으며, 흙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판축 기법으로 봉분을 만들었다는 점도 규명됐다”며 "이 역시 쌍릉이 왕릉급 무덤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르면 올해 후반 소왕릉 발굴조사에 착수한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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