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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뻗으면 닿는 사람에게 필독을 권할 만한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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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더,오래] 한순의 인생후반 필독서(7)

마음이 맞는 사람과 나누는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삶의 충만함과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사진 freepik]

마음이 맞는 사람과 나누는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삶의 충만함과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사진 freepik]

내가 있는 자리에서 팔을 쭉 뻗어 사방으로 한 바퀴 돌았을 때, 팔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가까운 사람이다. 부모, 자녀이거나 형제, 부부, 친구 혹은 일터에서 만나는 동료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쌓아놓은 돈만으로, 멋진 외제 차나 에메랄드빛 바닷가에 앉아 있어도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확보되지 않는다.

반면 마음이 맞는 사람과 허물없는 대화는 그 장소가 어느 곳이든, 무엇을 먹든 그리 큰 상관이 없다. 마음으로 쑥 들어오는 대화, 진지한 눈빛, 경청하는 자세 등에서 삶의 충만함과 큰 위안을 얻을 때가 많다.

그 상대가 부부일 경우는 최고로 행복할 것이다. 부모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같이 먹고, 자고, 이야기 나누는 사이가 부부다. 남자와 여자로 연인 사이이기도 하고, 성장 발전하면 아버지, 어머니가 되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그러나 부부 관계가 어디 그리 쉬운 관계인가? 참으로 어렵고 오묘하고 복잡한 상황이 층층이 쌓인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한 관계가 문제를 일으킬 때는 경우의 수도 많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도 많아 마치 답이 없는 수학 문제를 풀 때 곱하기와 제곱을 반복하다 카오스로 빠지는 듯한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부 관계’는 더 큰 화두로 등장한다. 한 사람과 60~70년을 같이 사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면 일생에 걸쳐 두세 번의 결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것인가?

부부관계 의문서 기획한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 김선희, 나무생각, 2016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 김선희, 나무생각, 2016

인류 존속의 핵인 결혼, 부부 관계에 대한 의문과 관심은 또 한 권의 책을 기획하게 했다.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의 저자 김선희 선생님을 방배동 연구소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책의 기획자이기 이전에 부부 생활을 해온 나의 하소연이 대화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좀 쑥스러운 얼굴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저자 김선희 선생님은 정통심리학, 행동과학이론에 기반을 둔 과학적 부부 상담은 물론 지금까지 4000쌍에 다다르는 부부를 진단, 분석, 치료한 풍부한 임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부부 관계 전문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분이었다.

김 선생님은 빼어난 도회적 미인의 모습이었으나, 말투는 털털하고 테크닉은 예리하였다. 오히려 나에게 결혼 생활의 연차가 높음을 강조하며 어떻게 살아야 좋은가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다.

그가 보내온 원고를 정독하고 편집하다가 101개의 항목 중 책의 맨 앞에 배치한 1번 항목이 있다. ‘누가 누굴 지적해?’이다. 많은 부부가 공통으로 다음과 같은 소망을 피력한다고 한다. “내 배우자의 성격이 전면적으로 변하게 해주세요” “아내의 성격을 변화시켜 아내가 ‘갱생의 길’을 가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와 마찰을 겪을 때 “성격 좀 고쳐라”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데, 이는 성격을 넘어 배우자의 존재에 대한 비난과 다름없다는 것이고, 이는 비난 받는 사람의 마음에는 내상을 입힐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내상은 곧바로 분노로 이어진다고 한다.

책의 맨 앞에 배치한 '누가 누굴 지적해?'

배우자의 성격 중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되 변화하길 원하는 '행동'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배우자의 성격 중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되 변화하길 원하는 '행동'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그렇다고 매번 부딪히며 답답한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대한 솔루션을 이렇게 제시한다. “배우자의 성격 중 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과감히 받아들이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현명하다. 그래도 배우자의 성격 중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되 변화하길 원하는 ‘행동’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다. 배우자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부드럽게 부탁하며 함께 의논한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왜 이런 요청을 하게 되었는지 내 ‘심정’을 진솔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이 세상에 한결같이 나쁜 성격, 기필코 모두 뜯어고쳐야 하는 성격의 소유자는 생각보다 드물다.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이라는 흑백논리를 앞세워 배우자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대신 배우자 성격의 장점, 그리고 나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보자.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맨 앞에 배치한 결정적 내용은 바로 다음 문장이다. “하지만 정말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의 성품과 내 성격의 성숙도에 대한 자가 점검이다. 내 앞가림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달라지면 더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전체 원고를 다 읽고 나서 이 항목을 1번으로 뽑아 올린 이유는 많다. 부부 관계의 암초 같은 성격 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인식, 그리고 해결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어서이다. 그리고 나 역시 부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 책을 집어 들고 제일 먼저 반복해서 읽고 곧바로 자신의 성찰로 들어서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항목은 무엇인가? ‘투사죄‘ ‘당신은 일치강박증?’‘내가 틀린 것일 수 있다’로 이어진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적어도 절반 정도는 내 문제가 있다고 열어놓아야 한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신선한 기운도 회차를 더 할수록 줄어들고, 처음 느꼈던 감정을 유지하기 힘들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적어도 절반 정도는 내 문제가 있다고 열어놓아야 한다. [사진 Freepik]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 적어도 절반 정도는 내 문제가 있다고 열어놓아야 한다. [사진 Freepik]

하물며 부부가 같이 살면서 서로 보고 받아들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늘 그 자리에서 나의 거울이 되어주고, 반응을 보이고, 같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힘들지만, 멋진 일이다.

어린나무가 넓은 품을 가질 수 없고, 팔 벌려 가지를 뻗는 세월을 기다리지 않는 한 그늘을 드리울 수 없다. 어느 화가가 부인을 잃고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낸 후 첫 작품을 가져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었다. 그 화가의 마음이 조금은 회복된 듯 보였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지난 3년 동안 뭘 먹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라고 했다.

그 어떤 말보다 그 화가의 내면이 ‘쿵’ 하고 느껴지는 말이었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11번 항목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항목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삶도 끝이 있으며, 우리 모두는 불사조가 아니다. 이것은 모든 이와 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다는 코스모스의 룰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 방향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식, 부부, 부모,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소중한 사람. 나를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 가까운 사람들과 유한한 시간 속에서 의미와 사랑을 충분히, 그리고 기쁘게 나누는 삶. 뭔가 ‘주고, 나누고’ 떠나고 싶다."

지금도 갈등과 실망, 사랑과 열정으로 부부 관계를 이어가는 부부들과 자신이 팔을 뻗으면 닿는 가까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한순 도서출판 나무생각 대표 tree3339@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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