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약탈적 대출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2018.04.03 00:02

업데이트 2018.04.0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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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금융관료 출신 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예스맨’이 돼 금융감독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데 앞장서 왔다…금감원 기능회복을 위한 대안을 찾는데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금감원 노동조합, 2일 성명서에서)

취임사에 “금융소비자 보호” 언급
과도한 금융권 예대마진 손볼 듯
“정치적·정책적 고려 안 하겠다”
금융기관 감독기능 회복에 방점

“시장 원리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감독기관이 금융회사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금융회사의 금융 건전성이 타격을 받지 않겠나.”(한 금융권 관계자, 이날 신임 금감원장 취임사를 보고)

기대와 우려. 김기식(52) 신임 금감원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다. 기대는 금융감독 기관으로서 역할 강화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바람이다. 외부에서는 김 원장 같은 개혁 성향의 인물이 금융 관행을 바꿔주기를 기대한다.

우려도 상존한다. 금융업 경력이 없는 데다 규제 일변도로 금융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김 원장은 이날 취임식 후 “저를 너무 한 쪽 방향으로 몰지 말아달라”라며 “국회의원 시절에도 제가 주도해서 자본시장 규제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역할과 금융감독은 어떤 모습을 띨까. 취임사에서 언급한 ‘금감원이 나아갈 방향 3가지’를 중심으로 예측해 봤다.

취임사로 본 김기식 금감원장 시대 3가지 모습

취임사로 본 김기식 금감원장 시대 3가지 모습

◆금융 정책과 감독의 분리=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역할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 측면에서 정책과 감독은 같이 가야 하지만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정책적 고려 때문에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금감원 직원은 “저연차 직원들은 김 원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이제 좀 제대로 감독기관으로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원장이 소장을 맡았던 더미래연구소는 대선 직전이던 지난해 4월, 대선 핵심 아젠다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서 금융위를 폐지하고 금감원을 특별법에 의한 민간 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이 담겼다. ‘실세’ 금감원장의 취임으로 금융위 내부에서는 “금융위 패싱”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그간 시어머니 역할을 해 왔던 금융위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 보호 우선=김 원장은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취임사에서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빈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던 관행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대마진과 수수료의 적정성에 대한 감독은 더 강화되고,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도 추진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의 일관성=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통해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감독 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법규를 집행하고 감독행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률이 규정하지 못하는 경우에 발휘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도 꽤 넓은 편”이라며 “감독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일관된 일 처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간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할 때 금감원이 각종 예외를 인정해 준 것에 대한 반성이다. 예컨대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은산분리의 예외를 두면 감독 업무의 일관성을 지킬 수 없다는 게 김 원장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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