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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보다 먼저 뜬 관련주…실적 개선은 시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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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한령 해제

한한령 해제

한국을 찾은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위원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의 단체관광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믿어 달라”는 양제츠의 한마디에 유커(중국인 관광객)보다 먼저 뜬 것은 주가였다.

최근 방한 양제츠, 한한령 해제 약속 #화장품·여행업계 주가 모처럼 봄날 #사드 이슈 전 주가 회복은 지켜봐야

2일 유커 관련주가 너 나 할 것 없이 뛰었다. 한화갤러리아(17.26%), 신세계(7.27%), 롯데쇼핑(6.61%), 호텔신라(6.36%) 등 주요 면세점 운영사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1.63% 오른 3만4350원에, 아시아나항공은 3.25% 상승해 492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투어, 롯데관광개발 등 여행사 7곳의 주가도 평균 5.34% 올랐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에 사드 보복이라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라고 발표할 수는 없겠지만, 완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며 “가격이 싼 단체여행이 막혀서 한국에 오지 못했던 유커의 한국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인이 즐겨 찾는 소비재 생산업체 주가도 상승했다. 대표 종목이 화장품이다. 한국화장품제조 22.37%, 토니모리 15.48%, 한국화장품 10.75%, 한국콜마 5.76% 등 관련 종목 49개가 평균 3.26% 올랐다.

유커의 단골 쇼핑품목인 전기압력밥솥 제조업체 쿠첸과 쿠쿠홀딩스 주가는 각각 13.71%, 8.56% 올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 당국자 발언 이전에도 중국 소비 관련주들의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사드 보복 제재가 완화된다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조치 ‘해빙’ 분위기는 최근 곳곳에서 감지됐다.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2018년 하계(3월~10월) 한중 항공 노선 운항횟수는 직전 2개 분기보다 15% 증가했다.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은 지난달 15일 1년 만에 한국 항목을 추가했다. 현지 언론도 한류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지난달 19일 중국 관영 매체인 신경보는 JTBC 드라마 ‘미스티’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관영 매체가 한국 드라마를 전면에 소개하는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오는 15일 개막하는 북경국제영화제에 군함도를 비롯해 한국영화 5개 작품이 초청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영화는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텐센트는 한국 엠넷으로부터 프로듀스 101 판권을 매입해 이달부터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2일 와이지엔터테인먼트(4.06%), JYP Ent. (3.67%), 에스엠(1.64%) 등 대형 연예 기획사와 삼화네트웍스 (5.01%), 초록뱀 (2.54%) 등 콘텐트 제작사 주가가 대부분 올랐다.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유커 구매력이 향상된 점도 긍정적이다. 서영화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가치가 오른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아시아 국가로 입국하는 중국인 수가 늘었고, 1인당 구매력도 늘고 있다”며 "사드 보복 조치가 완전히 해소되는 시점엔 중화권 국가로의 화장품 수출이 다시 고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가는 뛰었지만, 기대감이 실적 개선까지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리포트를 통해 "화장품 업종의 경우 중국 단체 관광 정상화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주가”라며 "사드 보복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업황)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세기, 크루즈선 증편 등 준비 기간이 3개월 이상 걸린다”라며 "7~8월 성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인 입국이 늘어나고 하반기에 국내 면세점 매출이 기존 추정치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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