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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직장도 신혼집도 없는 ‘문제적 부부’의 생존 여행법

중앙일보

입력

신혼여행으로1년이 넘는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전재민(왼쪽), 김송희 부부. 지난 3월 다시 여행 짐을 꾸려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 [사진 김송희]

신혼여행으로1년이 넘는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전재민(왼쪽), 김송희 부부. 지난 3월 다시 여행 짐을 꾸려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 [사진 김송희]

“재벌 2세죠?”
결혼 4년차 부부 전재민(29)·김송희(29)씨가 흔히 듣는 질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 넘게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3월 26일에는 네팔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2월부터 1여 년 간 온라인 중앙일보에 연재된 부부의 여행기는 부러움과 공분(?)을 함께 샀다. 수많은 독자가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는 부부를 두고 타고 난 ‘금수저’일 것이라 짐작했다. 하나 ‘잼쏭부부’는 자신들이 “집도 직장도 없는 흙수저 부부”라고 항변한다. 지속 가능한 여행법을 깨쳤을 따름이란다. 3월 하순, 여행 짐 꾸리느라 정신없다는 부부를 만나 장기 여행의 노하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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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역사를 들려 달라

김송희(이하 김) : 2012년 대한산악연맹에서 주최하는 중국 북서부 칭하이성(靑海省) 청소년오지탐사대원으로 재민을 만났고 2015년 결혼했다. 재민은 네팔과 파키스탄으로 떠나는 산악 원정대에 참여한 바 있고, 나는 대학교 재학 중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둘 다 여행에 빠져 살다보니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돼있더라. 유명 대학 졸업장도 없고, 학점이 3점 미만이며, 어학연수 경험도 없다. 남들처럼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아등바등 살 바에는 좋아하는 여행이나 실컷 하자는 생각에 재민은 대학을 중퇴했다. 결혼하자마자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그 후에 신혼여행이자 세계여행을 떠났다.

도시보다 시골, 쇼핑보다 트레킹이 좋다는 부부는 여행 취향도 꼭 맞다. 유럽 대륙 최고봉 엘브루스(5642m) 정상에서 찍은 기념 사진. [사진 김송희]

도시보다 시골, 쇼핑보다 트레킹이 좋다는 부부는 여행 취향도 꼭 맞다. 유럽 대륙 최고봉 엘브루스(5642m) 정상에서 찍은 기념 사진. [사진 김송희]

1년 세계여행 경비는 얼마가 들었나 

전재민(이하 전) : 신혼여행으로 1년 여행하면서 둘이 2000만원 정도 썼다. 보통은 세계여행을 다니는데 1인 3000만원 정도 준비한다는데…. 물가가 비싼 유럽 대신 체류비가 적게 드는 태국·미얀마·인도·조지아 등을 여행했다. 한 도시에 최소 1주일 이상 머문 것도 여행 경비를 아끼는 비결이었다. 장기 투숙하면 숙소를 싸게 빌릴 수 있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었다.

태국 방콕에서는 시장에서 생닭을 사 삼계탕까지 끓여 먹었다. [사진 김송희]

태국 방콕에서는 시장에서 생닭을 사 삼계탕까지 끓여 먹었다. [사진 김송희]

가장 궁금한 것. 여행 경비를 어떻게 마련했나

김 :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을 때는 다른 젊은 여행객과 다를 바 없었다. 농장이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때 캠코더를 들고 다니면서 여행을 기록했는데, 영상을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신혼여행에는 디지털카메라와 액션캠 그리고 드론을 챙겨갔다. 여행지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부지런히 올렸다. 여행 경비가 떨어질 만할 때가 되면 신기하게도 소소한 일거리가 생겼다. 여행사나 아웃도어 업체가 영상물 제작을 의뢰했다. 여행지에서 숙소 사진을 찍어 주고 공짜로 머물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여행 콘텐트 제작자가 됐다.

 미얀마 오지 판캄마을 초등학교에서 드론 비행 시범을 보이고 있는 재민. [사진 김송희]

미얀마 오지 판캄마을 초등학교에서 드론 비행 시범을 보이고 있는 재민. [사진 김송희]

드론과 액션캠으로 촬영한 발리의 서퍼들. [사진 김송희]

드론과 액션캠으로 촬영한 발리의 서퍼들. [사진 김송희]

장기 여행하는 노하우가 있나 

전 : 버릇처럼 지출하게 되는 돈에 유의했다. 우리는 술 담배도 안 한다. 커피가 유일한 기호 식품이다. 둘이 매일 마시는 커피값이 부담됐다. 드론이며 카메라며 장비 무게만도 10㎏이 넘지만 모카포트(에스프레소 주전자)는 꼭 챙겨 다녔다. 그 나라에서 생산된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숙소를 고르는 노하우도 있다. 인터넷에서 숙소 리뷰를 꼼꼼히 읽는 편이다. 그 숙소에 대해 평점을 낮게 준 사람의 리뷰부터 본다. 평점이 박한 사람의 평가를 봐야 숙소의 장단점이 확연해진다.

 모카포트에 커피를 내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진 김송희]

모카포트에 커피를 내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진 김송희]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숙소에서 바라본 인도 히말라야 메락 마을 풍경. 근사한 전망을 자랑하는 호텔 방을 단돈 600루피(9700원)에 빌렸다. [사진 김송희]

숙소에서 바라본 인도 히말라야 메락 마을 풍경. 근사한 전망을 자랑하는 호텔 방을 단돈 600루피(9700원)에 빌렸다. [사진 김송희]

김 :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 부부가 특별한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온 한국인을 1000명쯤 만났다. 다들 여행을 다니면서 새로운 인생을 찾고 싶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신혼집도 번듯한 직장도 없다. 대신 용기 있게 여행을 떠났고 여행 중에 우리의 길을 찾았다. 젊은 사람들이 머뭇거리지 말고 더 넓은 세계에서 자신만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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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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