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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에 활짝 폈던 ‘한글 눈꽃’ , 누가 만들었나

중앙일보

입력

'한글 눈꽃'으로 벽이 매핑된 경기장 모습.

'한글 눈꽃'으로 벽이 매핑된 경기장 모습.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사용됐던 '한글 눈꽃'. 눈꽃을 이루는 글자들을 자세히 보면 올림픽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사용됐던 '한글 눈꽃'. 눈꽃을 이루는 글자들을 자세히 보면 올림픽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적인 겨울 스포츠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사방으로 뻗은 눈의 결정 모양에 평창올림픽의 정신을 담은 단어들을 담았죠. 한글 눈꽃을 자세히 보면 ‘열정·스포츠·화합·하나·평화’ 등 올림픽이 추구하는 의미의 단어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평창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눈가는 곳마다 활짝 폈던 ‘한글 눈꽃’을 디자인한 인터브랜드 황유진 전무의 말이다.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한글 눈꽃'을 비롯한 룩 디자인을 담당했던 인터브랜드의 황유진 전무.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한글 눈꽃'을 비롯한 룩 디자인을 담당했던 인터브랜드의 황유진 전무.

글로벌 브랜딩 전문회사인 인터브랜드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한글 눈꽃을 비롯한 ‘룩 디자인’을 맡았다. 룩 디자인이란 경기장 벽면과 펜스를 비롯해 각종 배너와 알림판, 작은 배지까지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시각적 디자인을 말한다. “IOC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라서 지인들에게 ‘내가 이번 평창올림픽 룩 디자인을 맡았어’라고 하면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올림픽 엠블럼과 수호랑·반다비 빼고 나머지 시각적인 디자인 모두’라고 설명하면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죠.” 황 전무를 비롯해 20명의 디자이너가 2년을 꼬박 준비한 작업이지만 주연인 엠블럼과 마스코트보다 늘 한 걸음 뒤에 있어야 했던 조연의 ‘웃픈’ 사연이다.

평창겨울올림픽 한글 룩 디자인

평창겨울올림픽 한글 룩 디자인

평창겨울올림픽 한글 룩 디자인

평창겨울올림픽 한글 룩 디자인

하지만 이번 룩 디자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또 의미도 컸다. 바로 ‘한글의 재발견’이다. 우리 스스로도 ‘한글은 영어보다 예쁘지가 않다’고 할 만큼 한글 그래픽 디자인은 크게 눈에 띄지 못했다. 그 한계를 이번 한글 룩 디자인이 깨뜨린 것이다.
17개국에서 21개의 지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인만큼 황 전무는 초반에 각국 비주얼 책임자들을 한국으로 모두 초대해 이틀 간 워크숍을 하면서 수많은 토론을 거쳤다고 한다. “전 세계로 전파를 타고 나갈 행사라 외국인의 시선이 중요했죠. 외국인들은 한글에서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ㅎ ㅁ ㅇ 등을 그려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린 자음·모음을 해체해서 확대한 다음 일정 면을 잘라 전혀 새로운 한글 디자인을 만들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IOC를 비롯해 모든 국민이 세련된 경기장과 배너 등에 만족스러워 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대로 한글이 뻗어나갈 미래의 방향 한 가지를 제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황 전무도 “조연의 역할이었지만 평창올림픽을 아름답게 멋지게 꾸몄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인터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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