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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깜짝 광폭 행보엔 '악마화 이미지 개선'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난후 남측 예술단을 격려했다. 2018.04.02. (출처 =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난후 남측 예술단을 격려했다. 2018.04.02. (출처 =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혁명적인 사회주의 문화예술의 힘으로 부르주아 반동문화를 짓눌러 버려야 한다”(1월1일 신년사)→“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4월1일 남측 예술단 공연관람 후)

상반된 이 두 발언은 모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김정은은 집권 후부터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배척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런 그가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의 공연에 예고 없이 나타나 관람을 하고, 걸그룹 레드벨벳을 포함한 남측 출연진을 찾아 일일이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정은의 이런 행보는 2일 북한 관영 매체에도 상세히 소개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자 1면을 사진과 함께 관련 소식으로 채웠고, 조선중앙TV도 2일 오후 관련 영상을 4분50초 가량 내보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남측 예술단 공연에 대해 “북과 남의 온 민족에게 평화의 봄을 불러왔다”며 “이런 좋은 분위기를 소중히 지켜가고 계속 키워나갈 때 우리 겨레의 앞길에는 언제나 새싹이 움트고 꽃이 피는 화창한 봄과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요한 가을만이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엔 나오지 않았지만 김정은은 다소 엉뚱한 얘기도 했다. 김정은이 한국 정부 인사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을엔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하자고 전하면서 (나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인을 제3자화한 이 발언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측 방식의 유머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정은이 “4월초 정치 일정이 복잡하여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 늦더라도 오늘 공연을 보기 위해 나왔다”고 말한 대목도 관심을 끈다. 북한의 4월 주요 정치 일정은 11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와 김일성 생일인 소위 ‘태양절’(15일) 등이 있다. 북한 전문가인 곽길섭 원코리아연구센터 대표는 “최고인민회의 이전에 김정은이 깜짝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예고없이 중국을 방문해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 구축에 시동을 건 김정은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처럼 계속 파격 행보를 선보이는 상황이다. 김정은의 의도는 뭘까.
 북한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고모부(장성택)를 처형하고 이복형(김정남)을 독살한 독재자가 아니라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책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김정은에 대한 ‘악마화’ 이미지를 털어내려는 의도”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조선 인민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하겠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길섭 대표는 “김정은의 행보는 잘 짜여진 북한식 ‘극장 정치’의 각본에 따른 것”이라며 “김정은을 포함해 부인 이설주 등 모두가 시나리오에 맞춰 연기를 하며 결국엔 판세를 북한에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레드벨벳 등 남측 예술단 관계자를 만나는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서 배포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레드벨벳 등 남측 예술단 관계자를 만나는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서 배포한 사진이다. [중앙포토]

한편 남측 공연단은 북측 정서를 감안해 레퍼토리와 안무·의상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가수 최진희가 부른 현이와 덕이의 ‘뒤늦은 후회’는 김정은의 신청곡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나는 내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준비하는 측에서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해서 이해가 안 됐는데 나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고 해서 사정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뒤늦은 후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이었다.

예술단은 3일 오후4시 남북 합동 공연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올린 뒤 곧바로 귀환할 예정이다. 이번 방북단 단장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일국 체육상과 만나 8월에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전수진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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