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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냐 불허냐' 갈림길 선 박근혜 1심 선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3년 3월 21일 대법원 전원재판부 공개변론이 21일 TV·인터넷에 생중계되고 있는 모습.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A씨(26) 재판의 공개변론을 주재했다. [중앙포토]

지난 2013년 3월 21일 대법원 전원재판부 공개변론이 21일 TV·인터넷에 생중계되고 있는 모습.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A씨(26) 재판의 공개변론을 주재했다. [중앙포토]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실시간 중계로 볼 수 있을까.

재판부, 생중계 허용 여부 주초 결정 #사상 첫 1,2심 생중계 이뤄질 지 관심 #"국가적 중대 사건" 중계 가능성 '무게' #박 전 대통령은 당일 불참 가능성 높아

오는 6일 열리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이 생중계될지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의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온라인ㆍTV 생중계 여부를 이번 주 초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재판의 중계 여부가 주목되는 건 국가를 뒤흔든 중대 사건의 ‘하이라이트’ 성격이 있는데다, 법원 역사상 1ㆍ2심 사건이 생중계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7월 대법관 회의를 통해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 1ㆍ2심 중계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규칙 제4조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을 때 한해 중계를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재량에 따라 중계를 결정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2017년 8월 24일 서울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 진열된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2017년 8월 24일 서울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 진열된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규칙 개정이 이뤄진 뒤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62)씨의 재판이 생중계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무산됐다.
당시 이 부회장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피고인 부동의 ^공공의 이익에 비해 피고인들의 불이익과 손해가 크다는 점 ^무죄추정 원칙의 훼손 등을 불허 사유로 들었다.

최씨 재판의 경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서 “피고인들이 재판 촬영이나 중계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제출한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며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도 담당하고 있다.

그간 법조계 안팎에선 생중계 자체가 적절한지를 놓고 찬반 의견이 나뉘는 등 여론의 시각차가 존재했다. 하지만 주요 사건의 생중계가 잇따라 불허되자 일각에선 대법원의 중계 허용 결정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중계해야 하는 재판부의 부담감이 ‘공공의 이익’에 대한 판단보다 우선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17년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17년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법원 안팎에선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생중계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국가적 사건인 데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국정농단에 연루된 50여명의 1심 재판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마지막 남은 1심 재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며 “선고 공판 중계는 이미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일정을 거부하고 있고, 선고 당일에도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피고인 부동의’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의 외가가 위치한 충북 옥천군 교동리 육영수 여사 생가에서 직원들이 탄핵심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의 외가가 위치한 충북 옥천군 교동리 육영수 여사 생가에서 직원들이 탄핵심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현재 재판 생중계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다루는 사건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대법원에선 2013년 이후 주요사건의 공개변론을 온라인상에서 생중계고 있다. 헌재도 공개변론의 촬영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주요 사건의 경우 생중계도 허가하고 있다.

헌재는 2017년 3월 10일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생중계를 허용했었다. 당시 헌재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중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앙지법은 지난달 28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에 대한 방청권 추첨을 진행했고 3.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의 150석 중 일반인들에게 배정된 좌석은 30석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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