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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꼬마야 꼬마야' 줄 넘다 비석치기…마음껏 놀고 실컷 웃어요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김정연(서울 월곡초 5) 학생기자, 안지성(하남 위례초 1) 소중 독자, 박선우(세종 연세초 6)·안현성(하남 위례초 4) 학생기자.

(왼쪽부터) 김정연(서울 월곡초 5) 학생기자, 안지성(하남 위례초 1) 소중 독자, 박선우(세종 연세초 6)·안현성(하남 위례초 4) 학생기자.

어느덧 봄이 찾아왔습니다. 매서운 추위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몸을 쭉 펴게 되네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맸던 두꺼운 옷도 벗어 던졌습니다. 바깥 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이 됐죠. 학교 운동장으로, 놀이터로, 당장 뛰쳐나가 마음껏 놀고 싶어지는데요. 요즘 미세먼지 걱정이 커져서 속상하지만, 그래도 날씨 화창한 날 한 번 밖으로 나가봐요. 공부만 했던, 혹은 스마트폰·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데만 익숙했던 친구들도 재밌게 놀아보자고요. ‘우리들의 놀 권리를 지키자!’ 놀이가 왜 필요한지, 또 어떻게 놀 수 있는지 소중 학생기자들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김정연(서울 월곡초 5)·박선우(세종 연세초 6)·안현성(하남 위례초 4)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유니세프한국위원회, 도움말=유니세프한국위원회

지난달 20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놀이터. 이날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소중 학생기자들은 추위에 굴하지 않고 한자리에 모였죠. 가장 먼저 온 김정연 학생기자는 이미 원반던지기를 하며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놀기’ 하나만은 자신 있다는 정연이는 친구들과 철봉놀이를 자주 한다고 해요. 이어 박선우 학생기자가 놀이터에 도착했고 안현성 학생기자는 동생 지성(하남 위례초 1)군과 함께 나타났죠. 최재훈 놀이활동가 선생님은 줄넘기를 할 수 있는 기다란 줄을 들고 왔어요. “조금만 뛰면 하나도 춥지 않을 거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꼬마야 꼬마야’ 줄넘기가 시작됐습니다. 줄의 한쪽은 최쌤이, 다른 한쪽은 현성이 아버지 안준형(45)씨가 잡았죠. 다 같이 노래를 불렀어요.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 한 명씩 줄을 넘으며 만세 부르기, 뒤 돌기, 땅 짚기 미션을 해냈어요. 가장 키가 작은 지성이도 열심히 줄을 넘었습니다. 이번에는 단체전. 다 함께 ‘꼬마야 꼬마야’ 줄넘기를 완수한 뒤 몇 번이나 줄을 넘을 수 있는지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스무 번 넘으면 맛있는 거 사주기!” 최쌤의 ‘상품 공약’에 학생기자들은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도전” 외치고 줄을 한 번, 두 번, 세 번…스무 번 넘기 성공. 학생기자들은 신이 나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죠.

추운 날씨에 아랑곳없이 금세 더워진 학생기자들은 두툼한 외투를 벗었습니다. “이번에는 뭘 하고 놀까.” 최쌤이 놀이터 한쪽에 비치돼 있던 노란색 플라스틱 상자를 열었어요. 그 안에는 나무 블록과 고무줄, 분필, 원반, 공기, 테니스공, 원뿔 등이 들어 있었죠. 이 상자는 ‘맘껏 놀이 상자’라고 한대요. 유니세프가 한국 어린이들의 ‘놀이와 휴식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만든 거예요. 어린이들이 아무 준비물 없이 놀이터를 찾더라도 놀이 상자에 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맘껏 놀 수 있도록 한 거죠. 어떻게 가지고 놀든 상관없어요. 다 사용한 뒤 다른 친구들이 쓸 수 있도록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돼요.

맘껏 놀이 상자는 원래 전쟁이나 재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유니세프가 보급하던 구호물품 ‘상자 놀이터(Recreation Kit)’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구성을 바꿔 만든 거예요. 상자 놀이터는 재앙이 휩쓸고 간 폐허 속에서도, 포성이 멎지 않은 전쟁터에서도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며 잠시나마 마음의 상처를 잊을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9곳에 맘껏 놀이 상자가 마련돼 있어요. 순천시 1호 기적의 놀이터와 기적의 도서관, 서울시에서는 동대문구 장평근린공원과 동작구 새싹어린이공원·본동어린이공원·송학대공원·삼일공원, 노원구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성북구 삼선어린이공원 등입니다.

현성이가 최쌤에게 물었어요. “놀이 상자에 있는 물건들을 아이들이 막 가져가지는 않나요?” “사실 처음에는 놀이 상자를 준비한 어른들도 걱정을 했어. 이곳 새싹어린이공원에는 지난해 8월에 놀이 상자가 설치됐는데,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망가지거나 수풀 사이로 들어가 찾지 못한 경우는 있어도 상자 속 물건들은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란다. 어느 날 공이 하나 없어져서 공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가져가 버린 줄 알았는데, 여름에 무성했던 풀숲이 겨울에 앙상해지니 그 속에서 공이 나타났지 뭐야. 의심해서 무척 미안했어.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무척 정직하고 책임감 있다는 걸 알게 됐지.”

최쌤은 맘껏 놀이 상자에 있던 나무블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비석치기’ 놀이를 알려주기로 했어요. 먼저 가위바위보로 편을 나눴어요. 지성이는 아직 어리니까 깍두기를 하기로 했죠. 양쪽으로 선을 긋고 각 팀이 선에 맞춰 비석을 세웁니다. 먼저 공격하는 팀은 한 명씩 비석을 던져 상대팀 쪽에 세워진 비석을 맞혀 쓰러뜨려요.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실패하면 공격권은 상대팀에게 넘어갑니다. 금을 밟아도 아웃이에요. 최쌤은 “규칙을 정확히 지켜야 놀이가 재미있는 법”이라고 말했어요. 만약 팀원 모두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진출.

2단계는 비석을 멀지 않은 곳에 던져놓고 한 발 뛰기로 비석을 밟은 다음, 다시 깽깽이발로 비석에서 깡총 내려와 한쪽 발로만 균형을 잡은 채 비석을 주워들고 상대팀 쪽 비석을 맞혀야 합니다. 한쪽 발로 균형을 잡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연달아 실패가 나왔죠. 놀이의 달인 최쌤이 요령을 알려줬어요. “맞혀야 할 비석을 끝까지 바라보면서 팔을 완전히 쭉 뻗으며 던지면 잘 맞힐 수 있어.” 팀원 모두 성공하기가 어렵다면 3명 중 2명만 성공하면 다음 단계로 진출하도록 규칙을 정해도 좋아요. 단계가 높아질수록 어려워지는데, 최쌤은 무려 14단계까지 알려줬어요. “와아!” 어려운 단계를 하나씩 성공시킬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죠.

신나게 웃고 떠든 뒤에는 떡볶이를 먹으러 갔어요. 줄넘기 스무 번 넘기에 성공한 데 따른 포상이죠. 즐겁게 뛰어논 다음에 먹는 떡볶이는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쌤, 오늘 한 거 말고 다른 놀이도 있어요?” 정연이가 질문했어요. “놀이는 무궁무진하지. 정해진 놀이만 할 필요는 없어. ‘멍 때리기’도 놀이가 될 수 있는 걸.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놀이야.” 이번에는 현성이가 물었어요. “어린이 행복지수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요?” “어린이들에게 놀 권리가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해. 너희들처럼 기자가 되어서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것도 좋은 활동이지. 권리는 스스로 지키고 찾아야 해. 남이 지켜주지 않거든. 쌤 같은 놀이활동가는 어린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부모님께 설명해 드리고 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

어린이들의 놀 권리에 대한 근거는 국제기구 유엔(UN)이 정한 ‘아동권리협약’에 나옵니다. 1989년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들로 항목이 구성돼 있어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살 권리, 차별·학대·폭력·노동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이죠. 그중 31조에는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고 적혀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린이들이 과도한 학업 때문에 놀이와 여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각 나라가 아동권리협약을 잘 지키는지 모니터링하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 어린이의 놀 권리를 증진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영국에서는 8월 첫째 주 수요일을 ‘놀이의 날(Play Day)’로 정했다고 해요. 어린이의 삶에서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널리 알리는 국경일이죠. 영국의 자연유산 보호 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는 12살이 되기 전에 해봐야 할 바깥놀이 50가지를 제안하기도 했어요. 물수제비 뜨기, 연날리기, 진흙으로 파이 만들기, 모래사장에 사람 묻기, 달팽이 경주시키기, 개구리알 찾기, 부엉이 부르기, 성냥 없이 불 피우기, 지도와 나침반으로 길 찾기, 강 따라 카누 타고 내려오기 등이죠.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위한 바깥놀이 50가지도 있어요.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선정한 놀이들이니 여러분도 따라해 보세요.

유니세프가 전쟁이나 재해 지역에 보급하는 '상자 놀이터'의 모습. 공과 깃발, 원반, 모자, 호루라기, 볼링핀, 색분필, 공기 펌프, 팀 조끼 등이 들어있다.

유니세프가 전쟁이나 재해 지역에 보급하는 '상자 놀이터'의 모습. 공과 깃발, 원반, 모자, 호루라기, 볼링핀, 색분필, 공기 펌프, 팀 조끼 등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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