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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4화. 롤킨이 창작한 종족, 호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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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톨킨이 창작한 종족, 호빗

'좀도둑' 호빗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을까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의 호빗족 '빌보 배긴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고, 황무지로 변한 동쪽의 외로운 산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해 떠나게 된다.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의 호빗족 '빌보 배긴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고, 황무지로 변한 동쪽의 외로운 산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해 떠나게 된다.

“언덕 아래 굴에 한 호빗이 살고 있었다.” 키가 인간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종족, 호빗의 모험담은 이러한 말로 시작됩니다. 안락한 굴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빌보라는 이름의 호빗은 어느 날 기묘한 방문자를 맞이합니다. 마법사와 13명의 난쟁이라는 방문자들은 용이 살고 있다는 한 산의 이야기를 들려주죠. 황금으로 가득한 드워프 왕국, 번영하던 도시의 이야기는 빌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엄청난 양의 보화 중 일부(정확히는 14분의 1)를 얻을 수 있다는 제안은 더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빌보는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오랫동안 살아온 동굴을 떠나 출발합니다. 과연 그의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국 작가 J R R 톨킨이 쓴 동화『호빗(Hobbit)』은 한 작은 모험가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작고 약하지만, 이따금 믿을 수 없을 만큼 용기가 있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빌보라는 캐릭터에 빠져들었죠. 또한 그 종족 호빗을 기억하며, 톨킨이 만든 환상 세계를 좋아하게 됐어요.『호빗』에 매혹된 사람들이 환상의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빌보와 동료들의 다음 모험을 원하자, 출판사는 톨킨에게 속편을 써 줄 것을 부탁했죠.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나온 속편이 바로『반지의 제왕』입니다. 빌보가 주운 하나의 반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운데 땅이라는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이야기로 발전했어요. 드워프만이 아니라 엘프와 인간이 참여하고, 수많은 적과 아군이 마주하는 대전쟁이 벌어집니다. 세계를 주름잡는 거대한 싸움의 주역은 네 명의 호빗이었는데요. 어찌보면 가장 작고 약한 호빗이 세상을 구하는 거죠. 호빗은 다시금 이야기의 중심에서 사람들에게 기억됩니다.

호빗은 톨킨이 창작한 종족입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엘프·드워프·고블린·트롤과 달리 신화나 전설에서 시작되지 않았죠. 그들은 참 개성적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인간과 닮았지만, 키는 인간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평범하게 옷을 입지만, 몸에 비해 큰 발에는 털이 잔뜩 있어서 맨발로 소리를 내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어요. 노래를 좋아하고 춤을 즐기며 아무리 힘든 곳에서도 먹을 것만 있으면 잔치를 벌이죠. 심지어 적의 본거지였던 곳에서조차 음식을 찾아가며 유쾌하게 노래 부를 정도예요.

호빗은 전사가 아닙니다. 빌보가 처음 모험에 떠날 때도 몰래 잠입하는 ‘좀도둑’으로 고용되었으니까요. 비슷한 난쟁이족인 드워프보다 체격이 작고, 몰래 움직일 수는 있지만 엘프처럼 날렵하진 않습니다. 당연히 인간보다도 훨씬 약하죠.

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성향과 꺾이지 않는 의지가 있습니다. 빌보는 트롤 앞에서 재치로 시간을 끌었고, 커다란 거미에 사로잡힌 드워프를 구하고 거대한 용에 맞서서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빌보의 조카인 프로도와 정원사였던 샘은 세상을 파괴하고 소유자를 유혹하는 반지를 지니고 죽음의 땅으로 향하여 파괴했어요. 프로도·샘의 동료 메리와 피핀은 무시무시한 죽음의 왕을 꺾고 악당들에게 점령된 고향을 구해내죠. 위험한 용을 물리치는 모험에서부터 세상을 파괴하는 반지를 없애는 일에 이르기까지, 가운데 땅을 구해내는 여러 일을 그 어떤 용사도 아닌 작은 호빗이 해낸 것입니다.

톨킨은 처음에 자신의 아이들을 위하여 호빗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싶었던 거죠. 한편으로 호빗을 보면 톨킨 자신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톨킨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신부님의 도움으로 홀로 살았는데요. 학교에선 친구를 만났지만, 그 대부분은 전쟁터에서 희생되고 말았죠. 톨킨 자신도 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열병으로 고생하며 죽을 뻔해요. 이는 홀로 위험에 맞서야 했던 빌보를, 적의 칼에 찔려 죽어가던 프로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네 명의 호빗은 톨킨과 절친했던 3명의 친구를 생각나게 하죠. 호빗이라는 종족에서 톨킨의 인생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신화나 전설에 나오지도 않고,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종족. 마법 같은 특기나 강한 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닌 작은 종족의 모험담이 그렇게까지 인기를 끈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요? 이야기 끝에 호빗들은 집으로 돌아와서 모험을 회상합니다. 힘겹고 죽을 뻔하고 많은 것을 잃으면서 다시 많은 것을 얻은 모험담. “거기에서 그리고 다시 돌아오다.” 톨킨의 인생이 담긴 호빗의 이야기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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