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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봄’ … 김정은, 조용필·레드벨벳 등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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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일 오후 6시50분(이하 한국시간)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남한 예술단의 공연이 열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고, 공연 후엔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 위원장과 공연을 함께 지켜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위원장이) 남측 공연 중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가수 조용필이 1일 오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리허설에서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수 조용필이 1일 오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리허설에서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연은 당초 오후 5시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북측의 요청으로 2시간 늦춰졌다가 다시 오후 6시50분으로 최종 변경됐다.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김 위원장 부부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문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동평양대극장 1500석 객석 꽉차 #북 최고지도자 남측 공연 본 건 처음 #김정은 관람 맞춰 공연시간 2회 조정 #윤도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불러 #김정은 생모 고용희의 생전 애창곡

예술단이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예술단이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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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자 지난 2월 강원도 강릉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의 답방 행사로 기획됐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다.

공연의 공식 명칭은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이었다. 여기에 남북 관계의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의미에서 ‘봄이 온다’는 부제가 달렸다.

2시간10분 동안 이어진 무대에는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최진희·윤도현·백지영·레드벨벳·정인·서현·알리·강산에·김광민 등 총 11명(팀)이 올라 총 26곡의 노래를 불렀다.

공연 사회를 맡은 서현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공연 사회를 맡은 서현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북한 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부른 이선희의 ‘J에게’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즐겨 불렀던 것으로 알려진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도 선보였다.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노래했고, 윤도현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2004년 사망)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다. 마지막 무대는 조용필의 ‘친구여’와 윤상 음악감독이 발라드 식으로 편곡한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마무리됐다.

‘라구요’를 부르는 강산에. [사진공동취재단]

‘라구요’를 부르는 강산에.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동평양대극장은 1500석 객석이 모두 꽉 찼다. 우리 예술단은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 공연을 펼친 뒤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환한다.

우리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공연도 1일 펼쳐졌다. 태권도시범단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50분 동안 평양 만경대구역 청춘거리에 있는 태권도전당에서 시범공연 ‘점화, 가슴에 불을 붙이다’를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북측의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호 내각 사무장, 김경호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 김춘식 국가체육위원회 서기장 등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일출 태권도시범단 총괄단장, 나일한 시범단 단장이 함께했다.

‘잊지 말아요’를 부르는 백지영. [사진공동취재단]

‘잊지 말아요’를 부르는 백지영. [사진공동취재단]

승무 퍼포먼스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호신술 시범과 고공격파·감각격파 등 발차기 시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도복 띠로 눈을 가린 단원이 공중회전 발차기로 목표물을 가격하자 2300여 명 관객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여성 단원들의 부채춤과 어우러진 품새를 선보이고 ‘고향의 봄’ ‘아리랑’ 등의 선율에 맞춰 공연하는 등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연출하는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파이어‘에 맞춰 공연하는 부분에선 관객들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태권도단이 박수를 유도해도 반응하지 않기도 했다.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은 “성의 있게 준비해서 감사하다. 앞으로 태권도 발전을 위해 좋은 점들을 서로 배워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측 태권도시범단이 평양에서 공연하는 건 분단 이후 두 번째이며 2002년 이후 16년 만이다. 우리 태권도시범단은 2일 같은 장소에서 북측 시범단과 합동 공연을 할 계획이다.

한편 도종환 장관은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이날 평양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올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참가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장관과 김 체육상은 올 1월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함께 만나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등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지영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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