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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치킨 봉변’ 다음날 7연패 탈출한 롯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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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롯데 번즈와 신본기(오른쪽부터)가 1일 개막 후 7연패에서 탈출한 뒤, 승리를 자축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롯데는 신본기의 8회 결승 2루타로 3-2 역전에 성공,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연합뉴스]

롯데 번즈와 신본기(오른쪽부터)가 1일 개막 후 7연패에서 탈출한 뒤, 승리를 자축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롯데는 신본기의 8회 결승 2루타로 3-2 역전에 성공,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천금 같은 첫 승을 거뒀다. 개막 7연패에서 벗어나는 귀중한 1승이었다.

NC에 3-2 역전, 8경기 만에 첫 승 #8회 신본기 2루타로 승부 뒤집어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로도 꼽혀 #포수 강민호 공백, 투타 모두 부진 #성난 팬 7연패 후 선수에 오물 던져

롯데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3-2로 역전승했다. 롯데는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8회 말 2사 1루에서 신인 한동희의 3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신본기의 2루타가 터지면서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9회 초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등판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나자 롯데 선수들과 팬들은 옅은 미소를 띈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8회초 롯데 조원우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8회초 롯데 조원우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롯데는 이날 경기 전까지 7경기를 내리 졌다. 롯데의 초반 추락은 예상 밖 결과였다. 시즌 전만해도 롯데의 전력을 놓고 장밋빛 전망이 넘쳤기 때문이다. 롯데를 KIA·두산 등과 함께 ‘우승후보’로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지난해 롯데는 후반기 승률 0.684(39승1무18패)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했다. 이 기세가 올 시즌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감독은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 감독의 구상이 하나 둘씩 틀어지면서 총체적 위기로 이어졌다. 롯데가 개막 후 8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타율은 0.210에 그치고 있다. 팀 홈런 개수는 3개로 전체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다. 팀 홈런 1위 kt(20개)와는 17개나 차이가 난다. 팀 평균 자책점도 5.37(6위)에 그치고 있다. 1일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가 롯데의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을 정도다.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7대5로 패해 개막 후 6연패에 빠진 롯데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7대5로 패해 개막 후 6연패에 빠진 롯데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포수 강민호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다. 나원탁과 나종덕이 번갈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 더구나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 12승(6패)을 거둔 투수 박세웅이 부상을 당했다. 박세웅은 스프링캠프에서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귀국했고, 아직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박진형, 배장호와 필승조를 이뤘던 불펜 투수 조정훈도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해 2군에 머물러 있다.

조시 린드블럼(두산) 대신 영입한 외국인 투수 펠릭스 듀브론트(1패·평균자책점 8.10)의 부진도 롯데의 고민이다. 롯데는 듀브론트에게 1선발 역할을 기대했지만 그는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부진의 늪에 빠졌다. 타선도 너나 할 것 없이 부진하다. 특히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할 이대호가 타율 0.226, 1홈런·3타점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8회말 2사 주자 2루 롯데 한동희가 적시타를 치고 있다. [뉴스1]

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8회말 2사 주자 2루 롯데 한동희가 적시타를 치고 있다. [뉴스1]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지난 1992년이다. 1982년 창단 이후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도 없다. 롯데 구단은 올시즌을 앞두고 통 크게 지갑을 열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자유계약선수(FA) 포수 강민호를 삼성에 내줬지만, 손아섭을 붙잡기 위해 4년 동안 98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또 국가대표 외야수 민병헌을 80억원(4년)에 영입했다. 두 선수에게 쓴 돈만 178억원. 이미 지난해 이대호에게 역대 FA 최고액인 150억원(4년)을 안기고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롯데는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도 인색했다. 외부 영입은 고사하고, 주축 선수에 대한 대우도 박했다. 2011시즌을 앞두고 이대호와 연봉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정을 거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구단의 제시 금액과 이대호의 요구 금액의 차이는 불과 7000만원이었다. 주축 타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눈 앞의 이익을 택했다. 이대호는 이듬해 일본으로 떠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100억원이 넘는 FA 계약을 했다. 올 시즌 개막전 1군에 등록된 롯데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억8965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KBO리그 평균인 2억8444만원보다 1억원이나 많다. 팬들의 기대도 당연히 커졌다. 연패가 길어지면 관중수가 줄기 마련이지만 6연패를 기록 중이던 지난달 31일 사직 NC전에는 올해 처음으로 만원 관중(2만5000명)이 들어찼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5-5로 맞선 9회 초 마무리 투수 손승락를 투입하고도 5-10으로 무너지며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31일 경기 뒤 치킨 상자에 맞은 이대호의 모습

31일 경기 뒤 치킨 상자에 맞은 이대호의 모습

과도한 기대는 돌출 행동으로 표출됐다. 지난 31일 치욕의 개막 7연패을 기록하자 롯데 팬들은 사직구장 중앙 출입문 앞 광장에 모여 들었다. 이 때 한 팬이 주장 이대호의 등을 향해 치킨이 담긴 박스를 던졌다. 등 쪽에 박스를 맞은 이대호는 잠시 뒤를 응시하다 자리를 떴다.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네티즌들은 일부 팬의 그릇된 행동을 지적했다. 하지만 개막하자마자 속절없이 무너진 롯데 선수들도 할 말이 없었다. 성난 팬심(心)을 달래는 방법은 결국 ‘성적’ 밖에 없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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