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봄바람 뜨거웠던 평양의 밤…한목소리로 '우리의 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 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 [공동취재단 방송캡처]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 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 [공동취재단 방송캡처]

김정은·이설주 깜짝 참석

뜨거운 무대였다. 1일 오후 6시50분(이하 한국시간)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남한 예술단의 공연이 열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공연을 관람했고, 공연 후엔 출연진과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김 위원장과 공연을 함께 지켜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위원장이) 남측 공연 중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공연은 당초 오후 5시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북측의 요청으로 2시간 늦춰졌다가 다시 오후 6시50분으로 최종 변경됐다. 갑작스러운 시간 변경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김 위원장 부부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문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남한예술단 13년 만의 평양 무대

이번 공연은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자 지난 2월 강원도 강릉과 서울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의 답방 행사로 기획됐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다.

공연의 공식 명칭은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이었다. 여기에 남북 관계의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의미에서 ‘봄이 온다’는 부제가 달렸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최종 리허설에서 서현이 북측 인기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최종 리허설에서 서현이 북측 인기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시간10분 동안 이어진 무대에는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ㆍ최진희ㆍ윤도현ㆍ백지영ㆍ레드벨벳ㆍ정인ㆍ서현ㆍ알리ㆍ강산에ㆍ김광민 등 총 11명(팀)이 올라 총 26곡의 노래를 불렀다. 지난 2월 북한 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부른 이선희의 ‘J에게’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즐겨 불렀던 것으로 알려진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도 선보였다.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은 북한 가수 김광숙의 대표곡인 ‘푸른 버드나무’를 노래했고, 윤도현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2004년 사망)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다. 백지영은 북측에서도 인기곡으로 꼽히는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강산에는 함경도의 정취가 담긴 '라구요'와 '명태'를 들려줬다.

북측서 '그 겨울의 찻집' 요청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북측에서 요청했다는 '그 겨울의 찻집'에 이어 '꿈', '단발머리', ' 여행을 떠나요'를 메들리로 들려줬다. 마지막 무대는 조용필의 ‘친구여’와 윤상 음악감독이 발라드 식으로 편곡한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동평양대극장은 1500석 객석이 모두 꽉 찼다. 북측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뜨겁게 호응했다.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눈이 먹먹해져서 악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인 예리도  "관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박수를 크게 쳐주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며 "그것 때문에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우리 예술단은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합동 공연을 펼친 뒤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환한다.

1일 태권도도 시범공연  

우리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공연도 1일 펼쳐졌다. 태권도시범단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50분 동안 평양 만경대구역 청춘거리에 있는 태권도전당에서 시범공연 ‘점화, 가슴에 불을 붙이다’를 선보였다. 이 자리에는 북측의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호 내각 사무장, 김경호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 김춘식 국가체육위원회 서기장 등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일출 태권도시범단 총괄단장, 나일한 시범단 단장이 함께했다.

승무 퍼포먼스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호신술 시범과 고공격파ㆍ감각격파 등 발차기 시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도복 띠로 눈을 가린 단원이 공중회전 발차기로 목표물을 가격하자 2300여 명 관객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여성 단원들의 부채춤과 어우러진 품새를 선보이고 ‘고향의 봄’ ‘아리랑’ 등의 선율에 맞춰 공연하는 등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연출하는 퍼포먼스도 눈길을 끌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파이어’에 맞춰 공연하는 부분에선 관객들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태권도단이 박수를 유도해도 반응하지 않기도 했다.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은 “성의 있게 준비해서 감사하다. 앞으로 태권도 발전을 위해 좋은 점들을 서로 배워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측 태권도시범단이 평양에서 공연하는 건 분단 이후 두 번째이며 2002년 이후 16년 만이다. 우리 태권도시범단은 2일 같은 장소에서 북측 시범단과 합동 공연을 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 논의

한편 도종환 장관은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이날 평양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올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참가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장관과 김 체육상은 올 1월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함께 만나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등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지영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jy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