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은 남측 출연진에게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잘 말해서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했다고 공연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한국 예술단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또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며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 고맙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언급하며 이날 공연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전하겠다"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
이날 오후 6시40분쯤 공연장에 도착한 김정은은 2층에서 공연을 관람했으며 박수를 크게 치는 등 호응했다고 한다. 김정은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정은이) 남측 공연 (관람) 중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걸그룹 레드벨벳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내가 레드벨벳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다"고 하면서다. 레드벨벳은 '배드보이' '빨간 맛' 등을 불렀다.
이날 공연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김정은은 또 "원래 모레(3일)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고도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남북 합동 공연(3일)도 의의가 있지만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당초 오후 5시30분에 열릴 예정이었나 북한측이 갑자기 오후 7시30분으로 늦췄다가 최종적으로 오후 6시50분에 시작됐다. 김정은이 급작스럽게 공연 관람을 결정하면서 신변 안전 확보 등에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은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북측 인원들의 감시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만 해도 김정은의 참석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 인원들은 "곧 귀가 탁 트이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했으나 공연 시작 후엔 "어차피 공연을 시작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며 취재를 막았다.
이날 공연엔 조용필,이선희, 최진희,윤도현,백지영,레드벨벳,서현 등 총 11명(팀)이 무대에 올랐다. 조용필씨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위대한탄생 멤버는 “관객들이 아주 감격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평양공연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