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회생의 길 접어든 금호타이어…완전 정상화 위한 3가지 조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8년간 타이어 제품 하나로 매출 3조원 기업이 된 회사, 직접 고용 5000명(국내 기준)에 협력업체까지 3만명의 일자리에 기여하고 있는 회사. 그런 금호타이어가 청산되는 상황을 면하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1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해외자본 유치'를 의결했다. 인수 의사를 밝힌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을지를 노조원 총투표로 가결한 것이다. 2987명 노조원 중 2741명(91.8%)이 참여한 이 날 투표에서 찬성 1660표, 반대 1052표가 나왔다. 찬성률은 60.6%였다.

재무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

"해외매각 절대 불가"를 외치며 3차례나 총파업을 벌였던 금호타이어 노조가 막판에 입장을 바꾼 건 자구안 제출 시한 마지막 날인 30일 "정치적 해결은 없다"는 청와대 의중이 전달되면서다. 노조는 이날 오후 조합원 총투표를 결정했다. 이후 휴일인 31일, 노사 양측 지도부는 줄다리기 끝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특별합의서’에 잠정 합의했다. 상여금 반납, 임금 동결, 광주·곡성공장 생산성 4.5% 향상, 합의서 유효 기간에 생산활동에 지장 주는 행위 금지 등이 포함됐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은 합의 내용을 밝히면서 “회사 생존과 정상화에 힘을 모아준 노조와 사원들에 감사드린다. 조속한 정상화로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삼수 노동조합 대표지회장,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부터)이 30일 광주광역시청에서 만나 해외매각에 합의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조삼수 노동조합 대표지회장,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부터)이 30일 광주광역시청에서 만나 해외매각에 합의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1년여 끌어오던 금호타이어 문제가 '외자 유치를 통한 회생'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완전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완전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재무구조 개선이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총 채무는 2조4000억원에 이른다. 당장 2일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 270억원을 해결할 여력조차 없다.

이번 합의로 금호타이어는 2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행 협약(MOU)을 맺을 계획이다. MOU를 맺으면 채권단은 당장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2000억원 규모의 한도 대출을 해 주거나 당좌계좌(일종의 마이너스 통장)를 개설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수혈한 자금으로 금호타이어는 2일 돌아오는 270억원 어음을 막을 수 있고, 5일엔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상환할 수 있다. 또 석 달 치 밀린 임금 지급과 거래처 대금도 정산할 수 있다.
매각이 성사된 만큼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유상증자를 통해 45%의 지분을 주당 5000원에 사들이고 나면 매각 대금 6463억원이 금호타이어로 유입돼 운영 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된다. 금호타이어 김상우 홍보팀장은 "자금 수혈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면 이자 부담도 줄어들고, 이후 생산·판매망이 정상 가동되면 영업이익으로 급여를 충당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진행해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이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연합뉴스]

3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채권단, 노사정이 긴급간담회를 진행해 '더블스타로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하고 이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연합뉴스]

위기 진원지인 중국공장 정상화해야

또 하나 중요한 숙제는 중국공장 정상화다. 중국 사업은 금호타이어 위기의 '발화 지점'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의 국내 공장 영업이익은 지난해를 제외한 7년 동안 흑자였다. 그런데도 지난해 15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건 중국 공장 때문이었다. 중국 공장은 전체 생산능력의 36%를 차지하는 사업장이지만, 중국 내수 판매가 급감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금호타이어 사용자 측과 채권단은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가 새 주인이 되면서 중국 사업이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블스타는 중국 타이어 업계에서 5위권 업체로 4500개의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 영업망을 즉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중국 현지 금융기관이 더블스타 계열로 편입된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주면 중국 법인의 유동성 문제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 일반직 직원들이 지난달 21일 광주공장에서 "법정관리 반대 및 외자유치 찬성"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일반직 직원들이 지난달 21일 광주공장에서 "법정관리 반대 및 외자유치 찬성"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금호타이어]

정상화 과정서 노사 신뢰 쌓여야 먹튀 우려 없어져

마지막 과제는 '먹튀' 우려 해소다. 더블스타는 투자조건으로 금호타이어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또 5년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조건은 달리 말하면 5년 뒤에는 더블스타가 국내 공장 문을 닫고 떠날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단은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있는 한 더블스타가 국내 타이어 공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우려도 있다. 중국 공장만 키우고, 노조가 강한 국내 공장에서는 추가 투자 없이 구조조정만 벌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향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더블스타 측은 자금 투입, 공장 증설 등 약속을 지키고 노조는 생산 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상호 신뢰가 쌓는 게 중요하다"며  "생산·판매가 정상화되면 대규모 장치산업인 타이어 공장을 폐쇄하는 결정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태희·고란 기자 adonis55@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