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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울어버린 '고집있는 세터' 한선수

중앙일보

입력

울고 있는 한선수. 대한항공은 시리즈 3승 1패로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뉴스1]

울고 있는 한선수. 대한항공은 시리즈 3승 1패로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뉴스1]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5번째 도전 만에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을 10년 동안 기다린 세터 한선수(32)가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대한항공이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5전3승제) 4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17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5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내줬던 대한항공은 2~4차전까지 무실세트로 완벽한 우승을 일궜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세터 한선수가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 결과 총 29표 중 13표를 얻어 가스파리니(9표), 곽승석(6표)을 제쳤다. 한선수는 챔프전 4경기에서 309회 세트를 시도해 189개를 성공시켰다. 세트 성공률은 무려 61%였다. 예측이 안 되는 볼배급으로 현대캐피탈의 허를 찔렀다.

한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축포가 터지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렸다. 대한항공 어느 선수들보다 격하게 울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꼬박 10년이란 세월이 걸렀다. 그만큼 마음 고생이 심했다. 한선수는 V리그 연봉킹(5억원) 타이틀을 달고서도 한 번도 챔피언 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5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선수가 딸 한효주 양과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한선수가 딸 한효주 양과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지난 시즌엔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도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경기를 지면서 다잡은 우승을 놓쳤다. 그럴수록 그를 향한 비난도 높아졌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한선수는 '외로운 세터'였다. 밖에서는 과대평가를 하고 결과는 안 나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자존심은 강해서 남에게 묻지 않고 혼자 앓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그런 한선수를 특별히 신경썼다. 때로는 혼내고, 때로는 칭찬하면서 그를 다독여줬다. 챔프전에 올라와선 "한선수의 토스가 백발백중"이라며 힘을 불어넣어줬다. 그리고 한선수도 흔들리지 않고 고른 토스로 우승을 이끌었다.

한선수는 "모든 선수들이 잘해줘서 고맙다. MVP는 예상하지 못했다. 가스파리니 아니면 곽승석이라고 생각했다"며 "정말 많이 울었다. 힘든 일들이 많이 생각났다. 정말 10년이라는 게 짧은 시간이 아니지 않나.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걸 이뤄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했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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