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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5번째 도전 만에 챔프전 첫 우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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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대한항공이 5번째 도전 만에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대한항공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5전3승제) 4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22 25-17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5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내줬던 대한항공은 2~4차전까지 무실세트로 완벽한 우승을 일궜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외국인 공격수 밋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의 원맨쇼였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2점을 올렸다. 정지석과 진성태가 각각 10점, 8점으로 승리를 도왔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세터 한선수가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 결과 총 29표 중 13표를 얻어 가스파리니(9표), 곽승석(6표)을 제쳤다. 프로배구 연봉킹(5억원)인 한선수는 예측이 안 되는 볼배급으로 현대캐피탈의 허를 찔렀다. 한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축포가 터지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는 가스파리니(왼쪽). [연합뉴스]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는 가스파리니(왼쪽).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 3경기와 챔프 4경기까지 최근 13일 동안 7경기를 치르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강한 서브는 여전했다. 이날 서브 에이스 7개를 더해 챔프전에서 총 31개를 기록했다. 오히려 일주일 넘게 쉬고 나온 현대캐피탈이 우왕좌왕했다. 서브 범실은 물론 공격의 각도가 나오지 않아 아웃되는 등 쉽게 점수를 내줬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까지 14시즌 동안 11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건 벌써 5번째다. 하지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선수, 신영수, 김학민, 곽승석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모여있지만 개성이 강해 모래알 조직력을 보여줬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0~11시즌엔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에 4전 전패를 당했다. 지난 시즌엔 더욱 아쉬웠다. 개인 플레이를 버리고 조직력을 살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인천 홈에서 챔피언 트로피를 그대로 내줬다. 당시 2위 현대캐피탈에게 2승3패로 졌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뉴스1]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 [뉴스1]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인 박기원(67) 감독은 지난 2016년 4월 부임하면서 대한항공의 '2등' 이미지를 말끔히 지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더군다나 V리그 최고령인 박 감독인 최연소 감독인 최태웅(42)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일격을 당해 자존심도 구겼다. 박 감독은 "스포츠에서 한 번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하면 바보다. 나는 바보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규리그에서 1위 현대캐피탈, 2위 삼성화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후반기에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고전했다. 그런데도 박 감독은 "진짜 우승을 하기 위해 1,2위를 양보한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재대결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인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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