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미세먼지 중국요인 있다" 양제츠 "단체관광 가시적 성과 볼 것"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게 “한국의 미세 먼지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요인도 있는 만큼 한ㆍ중 간 긴밀한 협력을 원하는 목소리가 우리 국민 사이에 높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 중인 양 위원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미세먼지 경보가 계속되면 국민들 사이에선 중국을 향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돼 왔다.
양 위원은 이에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문제는 한ㆍ중환경협력센터를 출범시켜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한ㆍ중환경협력센터의 조기 출범에 동의했다. 한ㆍ중환경협력센터는 지난해 12월 한ㆍ중 정상회담 때 논의됐지만 이후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중환경협력센터와 관련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환경부 장관부터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의 단체 관광 정상화,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및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양 위원은 “중국은 대통령의 관심 사항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며 “관련 사항은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양 위원은 “대통령께서는 이를 믿어주시기 바란다”는 표현도 썼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단체관광 제한 및 롯데 압박 등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도입을 이유로 가해왔던 보복 조치를 실제로 철회할지 여부가 관건이 됐다. 특히 양 위원의 약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대북 협상 이후로 늦출 수 있다고 시사한 이후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대북 압박 전선에 계속 서도록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반면 중국은 사드 보복 조치를 철회해 한국 정부를 다독이는 틈새 전략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양 위원으로부터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의 북ㆍ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양 위원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 진전에 대해 “문 대통령이 노력한 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정은이 시 주석에게 알린 비핵화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상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양 위원은 (문 대통령이 밝힌 생각을) 시 주석에게 상세히 보고하겠다고 알렸다”고 전했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