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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종영] 김태호 PD "유재석이 너 안하면 같이 끝내는 게 맞다고 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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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티타임을 가진 김태호 PD [사진 MBC]

30일 오후.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티타임을 가진 김태호 PD [사진 MBC]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의 종영과 프로그램의 중심인 유재석이 하차에 관해 말한 의견을 언급했다. 3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다. '무한도전'은 31일 방송을 끝으로 13년 동안의 방송을 마치고 잠시 휴식기를 가진다.

방송인 하하(왼쪽부터), 양세형, 유재석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 식당가에서 열린 MBC '무한도전'(김태호 pd) 종방연에 참석해 포즈를 취고 있다. [뉴스1]

방송인 하하(왼쪽부터), 양세형, 유재석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 식당가에서 열린 MBC '무한도전'(김태호 pd) 종방연에 참석해 포즈를 취고 있다. [뉴스1]

이날 김태호 PD는 “지난 1월 최행호 PD가 제 후임으로 할 의향이 있는 것 같다는 걸 듣고 유재석 씨에 전달했다”며 “그러자 유재석 씨가 ‘지난 13년 동안 '무한도전'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왔던 중요한 인물이고 이 프로그램을 함께해왔던 동반자로서 공유해 왔었는데 네가 안 하면 (같이)하차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PD는 그러면서 “1월 말 (제 후임으로) 최행호 PD가 정해지고 2월 6일쯤 최행호 PD가 맡게 됐다는 기사가 날 때까지도 멤버들과 얘기하고 있었다”며 “사실 저는 시즌제는 좋지만, 종영이란 표현이 쓰이도록 결정되는 게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13년이 초·중·고 다 합쳐서보다도 더 긴 시간이더라. 오랜 시간 여기에서 몸담고 일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도 스스로는 잘했다는 생각보다 아직도 그 판단을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담담했는데 멤버들은 많이 눈물을 흘렸다. 멤버들은 매주 목요일 출근이 삼시 세끼 먹는 거처럼 버릇이 돼 있을 거다"라며 "다음 주에는 이제 MBC에서 마주치지 말자고 말했고, 등산도 좀 해볼까 이런 말도 했다”고 멤버들의 프로그램 종영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PD는 “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고 서서히 받아들여야 하는 사항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3년 동안 제가 잘했다는 느낌보다는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김 PD는 “‘무한도전’이 처음 시작할 때 정해진 것이 없고 기존 방송 화법을 봤을 때 부적합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좌충우돌해오던 이야기를 그렸다”며 “2009~2010년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작과 달리 지켜야 할 룰이 생겼다”고 말했다. 범주가 생기면서 그 안에서 놀아왔던 것 같다는 것이다.

김 PD는 “2008년 처음 시즌제 건의도 하고 그랬다”며 “사실 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방송이 나갔을 때 시청자분들에게 만족감 높은, 제작진으로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지면서 그 안에서 신선도를 찾아가기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결국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보완할까 고민을 많이 해오다 시즌 종영을 맞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작년 6월에도 ‘무한도전’이 올해 말 끝나고 내년 시즌2가 시작된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회사에 끊임없이 고민을 던졌다. 나보다 ‘무한도전’을 주어로 놓고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멈추게 된 것도 '내가 먼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질문하다 이렇게 결정하게 됐다. 새로 부임한 사장님과 예능본부장님께도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지난 1월에 구체적으로 사장님과 회의를 해서 이런 결정이 나게 됐다”며 “솔직히 MBC 입장에선 ‘무한도전’이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 PD 중 최행호 PD를 선정하는 과정이 1월 말까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2005년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무한도전’은 MBC를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예능 브랜드로 사랑받았다.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노홍철·하하 등이 기존 멤버였다. 양세형이 지난해 정식 멤버가 됐고 조세호가 막판 합류해 힘을 보탰다.

시즌 종영 후엔 최행호 PD가 연출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빈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김태호 PD는 당분간 준비할 시간을 갖고 가을 이후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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